신한금융그룹이 다른 주요 금융그룹과 달리 지난해부터 금융권에서 불거진 노사갈등과 채용비리 등에 연루되지 않으면서 안정적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임원들의 자녀가 상당수 신한금융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미리 의혹이 불거질 여지를 없앴던 데다 노사간 의사소통도 비교적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신한금융, 은행권 ‘채용비리’ 후폭풍 비켜가나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주요 시중은행 5곳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은행권 채용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
신한금융그룹은 금융권에서 유난히 부모와 자식이 함께 근무하는 사례가 많은 곳으로 예전부터 여러차례 주목받았지만 오히려 이번 금감원의 채용비리 조사결과를 계기로 의혹에서 한발 벗어난 모양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의 자녀들이 신한은행에 입사한 뒤 일부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일부는 여전히 신한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의 자녀들도 현재 신한카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그룹은 고위 임원의 자녀가 일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블라인드 면접방식 채용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문제가 될 소지를 정비하고 정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채용과 관련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임원들의 자녀인 직원들은 근무태도와 전문성 등을 공정하게 평가받아 업무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 신한금융, 재일교포 주주 중심으로 노사갈등 ‘무풍지대’ 지속
신한금융그룹은 다른 곳과 비교해 노사갈등도 크게 불거지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노조는 각각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노조에서 외부인사를 이사로 추천하는 ‘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채비도 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오래동안 정부의 입김 아래 있었고 하나금융그룹도 외환은행을 합병하면서 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진 곳으로 꼽힌다.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였던 금융회사일수록 관치금융 및 낙하산인사 등에 반발하는 소위 '강성노조'의 목소리가 높았던 문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신한금융그룹은 1982년 설립된 신한은행에서 출발했고 국내은행 가운데 최초로 재일교포를 주축으로 한 순수 민간자본으로 세워졌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지금도 신한금융지주 지분 20%가량을 소유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한금융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이흔야, 히라카와 유키, 이정일, 박안순 등 4명이 재일교포측 인사로 꼽히고 있다.
2010년 행장과 지주 사장의 고소건으로 불거졌던 ‘신한사태’ 이후 노사가 조직내부를 빠르게 수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노사간 의사소통이 비교적 활발했고 지배구조 개편 등 대형 이슈가 없었다는 점도 노사갈등이 크지 않았던 이유로 꼽힌다.
다만 이번 금감원이 은행권에 이어 카드와 증권, 보험 등 다른 업권으로 채용비리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남아있는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말도 나온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노조 등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측에 ‘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사측에 공식 제안하기로 하면서 노사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