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으로 스마트폰사업에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올해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대폭 축소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역량을 더욱 집중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는 데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1일 “스마트폰이 한때 삼성전자의 주요 수익원으로 꼽혔지만 예전과 같은 위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판매량과 영업이익이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에서 매출 25조4700억 원, 영업이익 2조4200억 원을 냈다. 2016년 4분기보다 매출은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 줄었다.
삼성전자가 2016년 4분기에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부진한 성적을 받아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연간으로 놓고 봐도 IM부문 영업이익은 2016년보다 약 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고 마케팅비 지출이 늘며 실적이 감소했다”며 “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비중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는 지난해 중국과 인도에서 점유율이 크게 줄어든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인도는 인구가 많고 가격에 비교적 민감해 중저가 스마트폰의 최대 수요처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홈페이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샤오미에 점유율 1위를 빼앗겼다.
이경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컨퍼런스콜에서 “인도시장에서 중국업체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마케팅을 강화해 시장점유율 유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진 사장이 스마트폰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올해 출시하는 제품 라인업에 대대적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애플의 고가 스마트폰 ‘아이폰X’ 흥행 실패와 중국 제조사들의 중저가 라인업 확대로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 확보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소비자들이 1천 달러 이상의 스마트폰 가격에 저항심을 느낀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출시를 앞둔 갤럭시S9 시리즈와 갤럭시노트9 등 신제품 판매가격을 1천 달러(약 107만 원) 미만으로 책정할 가능성에 힘을 실은 셈이다.
이 상무는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에서도 전반적으로 평균 가격대를 높여 라인업을 효율화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적용됐던 기능을 중저가 라인업으로 적극 확대해 경쟁력과 수익성을 모두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최우선으로 두고 저가 스마트폰 출시를 무리하게 늘려 수익성을 해치기보다 가격과 성능에서 균형을 갖춘 제품에 판매를 집중해 비용을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축소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연구개발과 마케팅 역량을 더 집중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의 초반 판매성적이 역대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좋은 수준을 보였다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시리즈(왼쪽)와 갤럭시노트8. |
삼성전자가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의 출시계획을 이례적으로 적극 내세우고 있는 점도 프리미엄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부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일반적으로 출시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언급을 아끼고 있지만 폴더블 스마트폰을 놓고는 이전부터 강력한 출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 상무는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안에 폴더블 스마트폰 등 첨단제품을 개발해 기술적 차별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고 사장도 지난해 갤럭시노트8 출시행사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를 이르면 올해로 계획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삼성전자가 예정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폴더블 스마트폰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면 침체기에 접어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신규 수요를 창출해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지디넷은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는 침체기에 접어든 스마트폰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라며 “당분간 이를 앞두고 스마트폰 라인업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