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한화그룹의 모태사업인 방산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키우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서 승부수를 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테크윈이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이 있는 워싱턴DC 인근에 현지 사무실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지난해 한화테크윈의 미국사업실장으로 영입한 버나드 샴포 부사장이 미국사업을 어떻게 벌일지 구상하는 과정에서 사무실 개소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미국사업실 소속 임직원을 파견하고 현지에서 방산전문가를 채용해 미국 사무실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아직 미국 사무소 개소를 언제 할지, 조직규모를 어느 수준으로 할지 등을 확정하지 않았다”며 “이른 시일에 사무소를 열겠다는 정도의 그림만 그려둔 상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방산사업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미국시장에 발을 내딛는 것으로 방산업계는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의 방산제조부문과 방산계열사인 한화테크윈, 한화지상방산,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을 통해 방산사업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이 최근 3년 동안 삼성그룹과 두산그룹 등에서 방산기업들을 인수하며 방산사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방산사업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
김 회장은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매출규모를 2025년까지 11조 원대로 끌어올려 글로벌 10위권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한화그룹이 정부 납품으로 방산사업 매출 대부분을 내고 있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한화지상방산이 해외에 K9자주포 등을 수출하는 것을 제외하면 한화그룹의 나머지 방산계열사들은 대부분 국방부의 필요에 따른 방산제품을 공급하는 업무로 실적을 내고 있다.
▲ 버나드 샴포 한화테크윈 미국사업실장 부사장.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방산기업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개발사업 추진이 가능한 ‘방위산업’을 한다기보다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주한 제품을 생산하는 ‘방위사업’을 하는 수준”이라며 “한정된 국방비 안에서 대형 방산기업으로 크기 어려운 구조라 사실상 해외사업 물꼬를 트지 않으면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에게 미국시장 진출은 방산사업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한 나라는 미국(6110억 달러)이다. 2위인 중국(2150억 달러)부터 10위인 한국(368억 달러)이 지출하는 국방비를 모두 더해야 미국 국방비를 조금 넘는다.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선진국이 한 해 600조 원 안팎의 예산을 쓰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국방비의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방산기업들은 글로벌 방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얼마나 많은 제품을 판매하느냐에 따라 해외 수출길을 더 많이 개척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을 고려해 김 회장이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미국 사무소를 맡게 된 샴포 실장에게 거는 기대도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샴포 실장은 2013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년7개월 동안 주한 미8군 사령관을 역임한 미국 육군 장성 출신이다. 지난해 한화그룹 차원에서 샴포 실장의 영입을 추진했을 때 미군 출신 인사의 이력과 네트워크 등을 활용할 것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샴포 실장은 40년 가까이 미국 육군 장교로 복무하며 미국 육군 제25보병사단 사단장과 주한미군 유엔군사령부 작전부장, 작전참모부장, 사령부 작전부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거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