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우 나노메딕스 대표가 소방차 제조회사에서 바이오제약회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나노메딕스는 원래 이름이 '이엔쓰리'로 국내 소방차 생산 1위 회사다. 최근 회사이름을 바꾸고 항암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나노메딕스는 바이오제약사업을 놓고 시장의 기대를 받아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24일 기준으로 주가등락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나노메딕스는 최근 1년여 동안 코스피에서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나노메딕스 주가는 1년 사이 700% 이상 뛰었다.
이런 주가 흐름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배성태 교수팀과 서울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마그네슘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 치료효과’를 입증했다는 연구결과를 독일의 세계 정상급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온라인판 12월 호에 발표했다고 5일 밝히면서 이어지고 있다.
나노메딕스 자회사인 네오나노메딕스코리아가 배성태 교수의 연구법인 '네오나노메딕스'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받았기 때문이다.
나노메딕스는 지난해 11월 20억 원을 들여 지분 100% 자회사인 ‘네오나노메딕스코리아’를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다. 회사이름도 지난해 12월 주주총회를 거쳐 기존 ‘이엔쓰리’에서 나노메딕스로 바꿨다.
정영우 대표는 기업설명회에서 “네오나노메딕스코리아 설립을 시작으로 앞으로 기존 소방차사업뿐 아니라 바이오제약사업에도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반영해 이름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온열 암 치료’는 암세포에 자성을 띄는 나노입자를 넣고 자기장을 통해 나노입자에서 열이 발생하게 함으로써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한다.
이 치료법은 짧은 시간에 암세포를 죽이고 암세포 전이를 미리 막을 수 있다. 특정 암세포를 대상으로 치료가 가능한 만큼 정상세포나 DNA의 변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 온열 암 치료법에서 쓰는 자성 나노입자는 암세포를 파괴할 만한 열을 내려면 많은 양의 입자를 주사해야 했지만 배 교수의 연구법인이 개발한 초고온 발열성의 나노물질 MSIO는 발열 효율이 커 섭씨 50℃ 이상의 높은 온도를 낼 수 있다. 암세포를 죽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온도라고 한다.
나노메딕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배 교수의 연구법인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 치료 기술’과 관련한 모든 기술과 앞으로 개발될 기술의 전 세계 독점 전용실시권을 넘겨받았다”며 “임상과 생산, 판매, 기술 이전 등의 모든 권리를 포함하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나노메딕스는 배 교수의 연구법인과 함께 나노입자 양산과 동물용 및 임상용 치료기 제작에 들어간다. 나노물질 양산과 암 사멸 치료기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실험용 쥐 등 소형동물 임상을 마무리하고 대형동물 임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암환자 임상에 착수한다. 회사측은 2019년경 인체 대상 임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대표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2016년 말부터 사내이사들과 경영권을 두고 다퉜는데 이 과정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대표이사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가 다시 되찾았는데 이 후유증으로 회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고 주식매매가 금지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경영권 분쟁이 끝난 뒤 “분쟁 탓에 회사가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바이오제약사업을 하는 나노메딕스의 자회사 네오나노메딕스코리아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나노메딕스는 최근 80억 원을 네오나노메딕스코리아에 투자하기로 했다. 설립자금 20억 원을 포함에 모두 100억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나노메딕스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기준으로 매출 312억 원을 내고 영업손실 6억 원을 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네오나노메딕스코리아에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전환사채를 3차례 발행해 220억 원가량의 현금을 마련했는데 오는 4월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추가로 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이오제약사업의 경험이 없는 데다 실용화 시점이 멀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한국거래소는 나노메딕스를 투자경고 종목, 단기과열 종목으로 지정하면서 17일 하루 주식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