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10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2월5일 열린다.
이 부회장의 재판결과는 그동안 리더십 공백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오던 삼성그룹 계열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2월5일 선고공판을 열고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내린다.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심에서 뇌물공여와 국외재산도피 등 일부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 5년의 실형을 받았다. 이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모든 혐의를 놓고 무죄를 주장하는 반면 특별검사는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의 구형을 유지했다. 양측의 입장이 큰 차이를 보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1심과 마찬가지로 엇갈리는 만큼 재판부의 판단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항소심 공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판결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추가적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항소심 선고는 피고인의 형량을 결정하는 사실상 마지막 재판이기 때문에 판결이 나중에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항소심 결과가 발표된 뒤 삼성그룹이 이에 맞춰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갑작스런 공백으로 지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혼란을 겪어 왔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며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됐고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삼성 미래전략실도 지난해 2월 해체되며 리더십 공백 위기가 더 커졌다.
윤부근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등 삼성전자 고위임원은 공식석상에서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대외협력이나 인수합병 등 주요 사업적 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삼성그룹 각 계열사들이 의사결정과 전략수립, 인사 등을 독립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갑자기 놓이게 돼 임원인사가 예정보다 늦어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1심과 같이 중형을 선고받을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이런 위기가 더 커질 수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 시기가 더욱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계열사는 장기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을 대비해 자체적으로 다른 관련계열사를 총괄하는 소규모 미래전략실 형태 조직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기 쉽지 않게 될 경우 이런 조직변화가 더욱 가속화되며 의사결정기구로서 이사회의 역할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공산이 크다.
다른 재벌기업 오너와 같이 이 부회장이 실형선고를 받더라도 ‘옥중경영’에 나설 수는 있지만 삼성그룹의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대외적 협력 강화에도 상당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삼성그룹의 ‘외교관’이라 불릴 만큼 글로벌 주요기업의 CEO 등 유력인사와 친분관계를 넓히며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협력확대에 힘써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을 받고 나오더라도 곧바로 경영에 참여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아직 이 부회장의 선고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재판이 2월 이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사회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당분간 기업 이미지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며 명예회복에 힘쓸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윤부근 부회장은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에 새로 오른 뒤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화답하며 삼성그룹의 이미지 개선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서 이사회 구성원이 다양해지고 의사결정체제를 다원화하는 등의 변화도 점쳐진다. 이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서는 3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 분리가 예정됐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박근혜 게이트에 휘말려 브랜드가치와 평판에 세계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미지 회복을 위한 노력이 시급한 만큼 이 부회장의 선고 뒤 본격적 변화에 시동을 걸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이 부회장의 구속을 2017년 세계 경제계 10대 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으며 “삼성그룹의 중장기적 사업전망이 불안한 땅 위에 놓이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