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임지훈 대표를 전격적으로 교체해 업계는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다.
임 대표는 카카오의 인수합병과 투자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그러나 김 의장은 카카오가 이제 투자보다는 ‘돈을 벌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체제로 전환하면서 수익 확대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바라본다.
카카오는 여민수 광고사업부문총괄 부사장과 조수용 공동체브랜드센터장 부사장이 공동대표를 맡는 투톱 체체로 바뀐다.
카카오는 그동안 투자와 인수합병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여왔다. 김 의장이 인수합병 전문가로 평가되는
임지훈 대표를 발탁하면서 이런 기조가 더 확대됐다. 임 대표가 취임한 2015년 9월 카카오는 계열사가 49개였는데 지금은 76개로 불었다.
하지만 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카카오는 영업이익률이 10%에 채 못 미친다.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면 제대로 수익을 올리는 사업이 없다. 네이버 영업이익률이 30%에 이르는 점에 비하면 초라하다.
박성훈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카카오 사업군이 완성단계에 진입하고 있지만 단기적 수익성이 크지 않다”며 “모든 사업부가 독립경영체제로 더 성장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범수 의장은 이번 카카오 대표 교체를 통해 그동안 수익보다 플랫폼을 키우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치중했다면 이제는 사업부들이 경쟁력을 키워 수익을 내야 할 때라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민수 부사장과 조수용 부사장은 김 의장의 오랜 '동지'다. NHN(지금 네이버) 시절부터 김 의장과 한솥밥을 먹었다.
여민수 부사장은 2000년 김 의장과 NHN에서 함께 일했던 광고 전문가다.
김 의장이 2007년 NHN을 떠난 뒤 여 부사장 역시 2009년 이베이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가 LG전자에서 글로벌마케팅을 맡았다.
김 의장은 2016년 9월 카카오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광고매출을 늘리기 위해 여 부사장을 영입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광고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 부사장이 구축한 개인별 맞춤 광고플랫폼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이 여 부사장에게 수익성 강화를 과제로 안겼다면 조 부사장에게는 브랜딩 작업을 맡겼다고 할 수 있다.
▲ 여민수 광고사업부문총괄 부사장(왼쪽)과 조수용 공동체브랜드센터장 부사장. |
조수용 부사장은 네이버 ‘녹색 검색창’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 디자인 전문가다. 판교에 있는 네이버 본사건물도 그가 디자인했다.
1999년 프리챌 디자인센터장을 맡다가 2003년부터 NHN에서 4년 동안 디자인총괄로서 김 의장과 손발을 맞췄다. 2016년 말 김 의장의 러브콜을 받아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 계열사가 80개 가까이에 이르는 만큼 사업군별 자생력 확보와는 별개로 조 부사장은 하나의 브랜드로서 시너지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 역시 “이번 대표 교체를 통해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더 강화하려고 한다”며 “서비스별 시너지 확대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은 최근 게임과 웹툰, 음악 등 콘텐츠분야에서 해외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 '글로벌 새 판'을 짜는 데도 두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포털회사들은 해외기업들에게 치여 성장 발판이 좁아지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회사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이미 동영상 광고시장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해외인터넷사업자에게 70%가 넘어갔다.
김 의장으로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의장은 2011년부터 해외진출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그러나 최근 들어 10억 달러규모의 해외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해외진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카카오재팬의 웹툰서비스 ‘픽코마’가 일본 웹툰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가 성숙기에 들어선 만큼 이번 대표 교체를 통해 패기보다는 노련함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임지훈 대표가 30대의 젊은 CEO인 반면 여민수 부사장과 조수용 부사장은 40대로 기존 경영진과 비슷한 연배다.
임 대표는 SNS를 통해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마무리한 것 같다"며 "카카오를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시켜줄 이에게 '바통터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PC방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서 모은 자본으로 게임회사 ‘한게임’을 세우고 1년6개월 만에 1천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 네이버컴과 합병해 NHN을 만들고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의견 차이로 회사를 떠났다.
PC웹의 시대가 저물 것을 예상하고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2위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카카오를 만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