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특급호텔들이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특급호텔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수요가 높고 수익성도 좋은 비즈니스호텔을 열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호텔은 출장 온 직장인들이 쉽게 업무를 보고 장기투숙하기 편리하도록 만든 호텔을 말한다. 숙박비가 싸서 중국인 관광객과 동남아시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특급호텔이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은 일반 비즈니스호텔보다 높은 가격에 고급 서비스를 선보이는 전략을 쓴다. 이른바 특급호텔 같은 비즈니스호텔인 셈이다.
특급호텔이 펼치는 '특급 비즈니스호텔'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비즈니스호텔 시장이 이미 과열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 비즈니스호텔에 대기업 속속 진출
호텔신라는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역삼’을 개관하면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화성에 ‘신라스테이동탄’을 열면서 비즈니스호텔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뒤 지난 6월 지분 100%를 출자해 자회사인 신라스테이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앞으로 비즈니스호텔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라스테이는 내년 4개, 2016년 4개 등 모두 8개의 비즈니스호텔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 문을 연 신라스테이동탄까지 합치면 모두 10개를 운영하게 된다. 호텔롯데도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열을 내고 있다.
호텔롯데는 2009년 ‘롯데시티호텔마포’를 열며 국내 특급호텔 가운데 최초로 비즈니스호텔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외국계 호텔기업 위주로 형성돼 있던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호텔롯데는 현재 마포와 김포공항, 구로 등 서울 시내 3곳과 제주와 대전에서 롯데시티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이면 서울 명동에 2곳, 울산에 1곳을 추가해 비즈니스호텔이 모두 8개로 늘어난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것까지 합하면 모두 9개다.
인터컨티넨탈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GS그룹의 파르나스호텔도 서울 명동에 2012년 비즈니스호텔인 ‘나인트리호텔’을 개장한 데 이어 2016년 서울 초동에 ‘나인트리 명동시티센터’를 열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의 신세계조선호텔도 내년 상반기 첫 비즈니스호텔을 연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용산에 있는 ‘쌍용플래티넘콤플렉스’를 20년 동안 장기임차해 호텔을 운영하게 된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이 건물에 350실의 객실을 운영하고 부대시설로 레스토랑, 피트니스클럽, 비즈니스센터 등을 갖춘다.
|
|
|
▲ 신라스테이 역삼 내부 모습 |
◆ 비즈니스호텔에 뛰어드는 이유
특급호텔들이 앞다퉈 비즈니스호텔을 선보이는 이유는 특급호텔의 성장이 사실상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 동안 특급호텔의 시장은 0.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엔약세 현상이 계속되면서 비싼 특급호텔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고 중저가의 숙박시설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과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늘어났다.
이들은 쇼핑에 집중하는 대신 숙박은 중저가 호텔을 선호한다. 서울 익선동에 있는 비즈니스호텔인 ‘이비스앰배서더 서울 인사동’은 전체 투숙객의 40% 가량이 중국인이다. 나인트리호텔도 투숙객의 80% 이상이 싱가포르, 대만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이다.
비즈니스호텔은 사업성도 좋다. 비즈니스호텔은 기존 특급호텔보다 초기비용이 적게 들고 유지비도 적게 든다.
특급호텔은 건설을 위한 대규모 부지를 선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또 운영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투자비용을 회수하는데 오래 걸린다. 반면 비즈니스호텔은 건설비용이 적게 들고 공사기간이 짧으며 운영 효율성이 높다.
비즈니스호텔은 넓은 부지와 큰 건물이 필요하지 않다. 국내 호텔기업들은 비즈니스호텔을 새로 건립하기보다 기존 건물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토지매입비와 건축비가 따로 들지 않아 출점이 비교적 자유롭다.
신라스테이역삼은 현재 옛 KT 영동사옥 별관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신라스테이가 KT 소유의 부지와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현재 공사중인 신라스테이천안은 HMC투자증권이 주관해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이 자금을 투자했다. 대보건설이 건물을 짓고 호텔신라가 20년 동안 빌렸다.
직영방식을 택했던 롯데시티호텔도 올 7월 롯데시티호텔구로를 시작으로 모두 장기임대 방식으로 전환했다.
신세계조선호텔 역시 용산에 있는 쌍용 플래티넘 콤플렉스를 20년간 장기임대해 호텔을 운영한다.
비즈니스호텔은 객실에 투자와 운영을 집중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부대시설은 최소화한다. 그만큼 인건비 등의 운영비가 줄어든다.
업계는 서울 도심권 비즈니스호텔의 경우 투숙률 65%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80%를 넘으면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특급호텔은 레스토랑이나 수영장 등 부대시설을 갖출 경우 인건비와 유지보수비용이 높아져 평균 영업이익률 40%를 넘기가 어렵다. 그러나 비즈니스호텔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최고 40~50%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정책도 비즈니스호텔 건립에 유리하다.
국토교통부는 2012년 7월 호텔 건립 때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관광숙박산업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상업지역의 용적률이 600~1000%에서 900~1500%로 확대됐다.
도심 호텔 설립요건과 용적률을 완화한 이후 비즈니스호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특급 비즈니스호텔’ 시장 형성
특급호텔이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은 기존 비즈니스호텔보다 고급화한 서비스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 호텔시장이 특급호텔과 저가호텔로 양분화한 상황에서 합리적 가격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
|
|
▲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이사 |
이들은 기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가격은 다른 비즈니스호텔보다 높게 책정하더라도 좋은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주력한다.
롯데시티호텔과 신라스테이 등은 다른 비즈니스호텔이 10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달리 20~30만 원대의 숙박비를 책정하고 있다.
신라스테이역삼의 전체적 디자인은 이탈리아 건축가 ‘피에로 리소니’가 담당했다. 그는 인도, 네덜란드, 일본,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의 호텔 디자인을 담당했다. 신라스테이역삼은 거실과 침실을 구분한 고급형 객실도 갖추고 있다.
또 호텔신라는 신라스테이역삼의 모든 침구류와 욕실용품에 특급호텔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객실 크기만 줄였을 뿐 시설, 서비스, 침구류는 특급호텔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밖에 카페나 바 등의 부대시설도 신라호텔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신라스테이역삼의 뷔페식당 ‘카페’는 신라호텔의 유명 뷔페 ‘더파크뷰’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파크뷰 메뉴를 일부 들였고, 파크뷰처럼 즉석요리도 선보인다.
신라스테이역삼은 비즈니스호텔치고 싼 가격이 아닌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신라스테이역삼의 개관 첫 달 주중 투숙률과 예약률은 90%를 넘었고 주말에도 거의 대부분의 객실이 차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관 첫 달인 만큼 다양한 할인행사를 진행한 점을 감안해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롯데시티호텔도 롯데호텔과 같은 브랜드의 욕실용품을 똑같이 비치했다. 객실 크기도 26.44~36.36(8~11평)제곱미터로 기존의 비즈니스호텔보다 넓다. 또 전 객실에 고급스러운 욕조와 샤워부스를 갖췄다. 고급 자재를 이용한 인테리어도 특급호텔 객실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주도에 있는 롯데시티호텔은 수영장과 연회장까지 갖추고 있다. 롯데시티호텔제주는 비즈니스호텔인데도 특1급 등급을 받았다.
◆ 장밋빛 전망 이끌려 과잉공급 우려도
일부 전문가들은 비즈니스호텔의 과잉공급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많은 비즈니스호텔이 들어선 데다 특급호텔들도 비즈니스호텔을 계속 열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수요는 외부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과도한 투자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특히 비즈니스호텔의 경우 부대시설을 거의 갖추지 않아 매출 다각화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 객실만으로 수익을 내다 보니 관광수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1년 이후 서울에서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호텔은 169 개로 객실은 2만5213실에 이른다. 현재 건설중인 호텔도 110개로 1만8592실 규모다.
한국신용평가는 24일 “서울시의 관광호텔 객실 공급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2017년까지 객실 초과수요 규모가 점차 축소돼 2013년 기준 74.7%인 관광호텔 객실 평균 가동률이 2017년 65.9∼68.6% 수준으로 6.1∼8.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계 호텔체인들이 속속 진출하는 것도 대기업들의 비즈니스호텔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힌다.
지난달 말 세계적 호텔 체인 아코르그룹이 운영하는 ‘이비스버젯’이 동대문에 문을 열었다. 이 비즈니스호텔의 1박 가격은 7만5천 원이다. 국내 비즈니스호텔 가운데 가장 저렴한 수준이지만 운영은 세계적 호텔기업이 하고 있어 서비스 경쟁력도 높다.
아코르그룹은 92개 국에 약 3600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세계 3위의 호텔체인이다. 한국에서 13개 호텔, 1만5천 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아르코그룹 역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까지 8개 호텔을 더 늘릴 계획이다.
|
|
|
▲ 롯데시티호텔제주 객실 모습 |
◆ 비즈니스호텔업계 재편되나
중국인 관광객이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비즈니스호텔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인들의 해외관광이 이제 시작단계라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2007년 1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2013년 4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9월 469만 명이 한국을 방문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나 늘었다.
앞으로 특급호텔들이 여는 비즈니스호텔이 늘어나면 이들을 중심으로 비즈니스호텔업계가 구조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특급호텔들이 서울시내에만 총 3천~4천 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을 운영하게 된다. 또 기존 비즈니스호텔을 모두 합치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2만2천 실이 추가로 공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2018년까지 40~50개의 비즈니스호텔을 추가로 선보이기로 했다.
특급호텔 기업들은 브랜드 인지도, 자본을 앞세운 입지 선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대기업 비즈니스호텔이 대거 문을 여는 내년부터 망하는 비즈니스호텔이 상당수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호텔의 입지나 브랜드, 마케팅 능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이라며 “경쟁력있는 강자는 인수합병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