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나 다름없던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 우리는 셀트리온 제품을 전 세계 곳곳에 알리는 첨병으로 쉼없이 달리고 있다.”
김만훈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개발하는 모든 바이오의약품의 해외 독점판매권을 들고 있다. 셀트리온이 약을 내놓으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해외에서 발로 뛰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올해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김만훈 대표가 누구보다 바빠지게 됐다.
셀트리온은 올해 유럽과 미국, 일본시장에서 본격적 공세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 허쥬마의 유럽 출시, 하반기에 트룩시마 미국 출시, 내년은 허쥬마 미국 출시 등 일정을 줄줄이 잡고 판매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시무식에서 "올해는 트룩시마와 허쥬마가 본격적으로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는 원년"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를 기점으로 ‘퀀텀점프’를 해내겠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혈액암 치료제인 트룩시마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점유율이 7% 정도다. 유방암 치료제인 허쥬마를 출시하면 바이오시밀러 제품 포트폴리오가 ‘3각 편대’를 갖추게 된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도 램시마 점유율을 3%까지 키우는 동시에 트룩시마 출시로 바이오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 바이오시밀러들이 판매허가를 통과하면 바통은 김만훈 대표에게 넘어온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판매를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매출이 글로벌시장에서 셀트리온 성공의 바로미터가 되는 셈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직원 80%가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위해 1년에 255일가량을 해외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39개의 글로벌 파트너사와 계약을 맺고 116개 국가에 마케팅 및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회사 상장을 앞두고 홍콩과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 세계 곳곳을 돌며 구매처 60팀과 만나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30여 년 회사 생활 동안 가장 힘든 두 주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취임 첫해인 2016년 램시마는 유럽에서 점유율 40%를 달성했다. 지금은 50%를 넘어 60%를 넘보고 있다.
그는 1958년생으로 건국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제약회사 한국사이나미드에 품질관리로 입사했다. 2004년부터는 독일계 생활산업용품회사인 헨켈홈케어코리아에서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시장점유율을 40%에서 50%로 끌어올렸다.
그러다 2011년 대학 선배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권유를 받고 셀트리온제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셀트리온제약에서 수석부사장과 사장을 거쳐 2016년 1월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에 올랐다.
다국적사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해외 구매자나 의료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과 영업활동에 능숙하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올해는 김 대표가 기업가치를 높여햐 한다는 부담을 크게 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셀트리온그룹을 상대로 지주회사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지분율 요건 충족을 위한 경우의 수 가운데 하나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 지분이 없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6.18%를 들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가치가 높아질수록 서 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커진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3분기에 누적 매출 5054억 원, 영업이익 1043억 원을 내면서 2016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7.8%, 112.2% 급증했다.
당초 김 대표는 바이오기업 최초로 매출 1조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미국에서 램시마(미국 이름 인플렉트라)가 예상보다 잘 안팔린 탓에 트룩시마의 빠른 성장을 감안해도 목표를 달성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올해 미국에서 램시마 점유율 확대와 트룩시마 안착, 유럽에서 허쥬마의 성공적 시장진입 등이 승부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트룩시마가 예상을 깨고 유럽시장을 조기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허쥬마도 빠르게 자리잡을 것”이라며 “유럽에서 성공하는 것만으로도 허쥬마의 글로벌 파급력은 과거보다 커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