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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안철수'와 'CEO 안철수'의 간극

강우민 기자 wmk@businesspost.co.kr 2014-03-09 16: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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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 안철수'와 'CEO 안철수'의 간극  
▲ 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이 8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정치토크쇼 '당신들보다 시즌2' 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이 연일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안 위원장이 민주당과 제3지대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인 안철수’보다는 ‘CEO 안철수’의 어두운 그림자를 더 많이 본 듯하다. 그가 본 대로 안 위원장의 두 모습 사이의 간극이 넓은데, 그 간극이 향후 안 위원장의 행보에 어떻게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윤 의장은 ‘안철수 거짓말’ 발언과 관련해 8일 “(발언은) 사실이지만 농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의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정치토크쇼 ‘당신들보다’에 참석해 “기자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이야기가 보도된 것이다. 내가 농담을 잘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 의장은 앞서 7일 안 위원장의 민주당과 통합신당 추진을 놓고 “이 자(안 위원장)가 나한테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알아야겠다.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 아카데미상을 줘야 한다”고 강한 배신감을 털어놓았다. 윤 의장은 또 "이것만 결정되면 떠난다. 싱가포르로 놀러 갈 생각"이라고 안 위원장과 결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윤 의장은 8일 안 의원장과 결별을 묻는 질문에 “일단 지켜보겠다. 아직 창당 준비중이지 않나. 창당 과정을 지켜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민주당의 진정성을 평가한 다음에 그 때 가서 내 거취를 고민하겠다. 그게 내 정답"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윤 의장은 안 위원장에 대한 섭섭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윤 의장은 새정치연합 내 ‘그림자 실세’ 등의 논란과 관련해 "들어본 일은 있지만, 내가 그 사람들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모르겠고, 이번 과정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었는지 모르니 그건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또 "그게 그림자 실세든 누가 됐든지 간에 공적기구의 공식적 의사결정 구조를 무시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의장은 '통합 자체에 대해선 실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당 통합 자체에 대해 제 견해는 있지만, 지금은 내가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윤 의장은 이날 토크쇼에서도 '기존 새정치연합의 창당은 야권분열'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새로운 당이 생기면 야권분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영원히 양당(체제로) 가야한다. 나는 안철수신당이 오히려 제대로 된 후보를 내서 끝까지 밀었으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상당히 동력이 생겼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독자적 신당 창당으로 나아가지 않고 민주당과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또 “한국정치를 바꾸는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지방선거에 나가 당선자를 못내도 정당득표는 올릴 수 있다. 그것은 엄청난 정당자산이다. 그게 다음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 끝까지 가봤어야 된다. 조금 더 가봤어야 한다”고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 의장은 안 위원장에게 두가지 점에서 불만을 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독자 신당 추진을 포기한 점이고, 두 번째 그 과정에서 안 위원장이 공식라인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지 않은 점이다.

윤 의장이 안 위원장 곁을 떠났다가 지난 1월6일 합류했을 때 윤 의장은 두가지 명분을 들었다. 첫 번째는 안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새정치를 구현하고 싶어한다”는 점이었다. 새정치에 대한 굳은 의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안 위원장이 “굉장이 집요해지고 강인해졌다”는 점이었다. 곧 ‘정치인 안철수’로 높이 평가한 것이다.

윤 의장이 안 위원장에게 격한 감정을 표시하는 것은 이런 두가지 명분이 무너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윤 의장으로서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높은 기대가 무너진 점이 더욱 배신감을 품게 한 듯하다. 이는 민주당과 통합신당 추진을 합의한 과정에서 윤 의장이 배제된 데 대한 배신감과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다.

윤 의장이 안 위원장을 ‘정치인 안철수’로 인정한 것은 그가 ‘CEO 안철수’를 벗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치인과 CEO는 비슷한 측면이 많아도 다른 면도 그만큼 많다. 정치인은 명분을 중시하고 목표를 향해 추진하는 과정에서 세력을 불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력을 불리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사람을 모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설득과 합의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CEO는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효율을 더욱 중시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게 내린 결정에 대해 아랫사람들이 차질없이 추진해 성과를 내줄 것을 요구한다.

이 간극은 생각보다 넓다. 기업 CEO 출신들이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치판에 들어와 혼란을 겪는 것도 이 차이를 몸에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놓고도 CEO같은 결단으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당혹하게 한 적이 있다. 윤여준 의장은 통합 신당 추진을 합의한 그 다음날 "공적기구 무력화" "CEO 리더십"이라고 안 위원장의 결정을 비판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인 안철수'와 'CEO 안철수'의 간극  
▲ 김한길·안철수 신당추진단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료휴진·국정원증거조작 등 정국현안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 위원장이 통합신당 추진 결정 이후 많이 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위원장은 통합선언 후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집요하게’ 설득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측근들이 안 위원장과 통화를 하려고 해도 계속 통화중이어서 연결이 잘 안 될 정도로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또 화법도 크게 바뀌고 있다. 안 위원장은 그동안 강한 말보다는 비유적이고 유화적 화법으로 얘기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나를 믿고 따라 달라" "여러분들을 믿고 가겠다" "돌파할 자신이 있다" 등 상당히 적극적이고 단호한 화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동지’라는 말도 자주 쓴다고 한다. 대중연설에서도 "기업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경쟁회사들과 싸워 해당업종에서 1위까지 올랐던 경험도 있다" "세상물정 모르는 교수가 아니니 믿어달라"는 등 직설적 말도 거침없이 한다.

이는 통합신당 추진 결정이 안 위원장으로 하여금 ‘정치인 안철수’의 길로 매진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고독한’ 결단을 하는 것은 CEO나 정치인이나 똑같다. 단지 그 결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끝없는 설득을 하고 앞장서 걸어가는 반면, CEO는 아랫사람들이 결단의 성과를 만들어 주도록 독려한다. 안 위원장도 그런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이번에 안철수 의원은 기초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하지 않기로 선언하고 민주당과 함께 신당을 만들기로 했다. 이러한 안 의원의 행보를 새 정치로 보느냐, 그렇지 않다고 보느냐'고 물은 결과 49%는 '새 정치가 아니다'라고 답했고 32%는 '새정치로 본다'고 답했다. 20대에서 '새 정치로 본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지만 30~40대에서는 약 50%, 50~60대에서는 약 60%가 새 정치가 아니라고 봤다.

이번 조사의 표본추출 방식은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었다. 응답방식은 전화조사원 인터뷰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 응답률은 15%였다. 총 통화 6762명 중 1017명이 응답을 완료했다.

이 결과를 놓고 한국갤럽은 "조사결과 통합신당 지지자 중 27%, 무당파 44%가 안 의원의 행보를 새 정치로 보지 않았다"며 "안 의원과 새정치연합이 기치로 내걸었던 새정치 이미지는 적잖이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새정치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도 역시 정치인 안철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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