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정하고 있다. <뉴시스> |
“나도 눈 맞췄다며 일방적으로 일어나시면 곤란하다. 기자 여러분의 양심을 믿겠다.”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예전과 다르게 각본없이 기자들이 자유롭게 손을 들면 문 대통령이 질문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회견에 앞서 “대통령이 즉석에서 질문자를 손으로 지명하고 눈을 마지막으로 맞춘 기자에게 질문권이 주어진다”며 농담을 던졌다.
윤 수석은 “이번 기자회견은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전례가 없었던 방식”이라며 기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1시간 넘는 기자회견 내내 기자들과 눈을 맞추며 질문자를 지정했고 기자들은 서로 질문하기 위해 인형을 손에 들거나 두 손을 모두 드는 등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질문자를 선정할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질문의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개헌, 지방분권, 최저임금 등 국내 현안에서 북핵 문제, 한일 위안부 합의, 아랍에미리트(UAE)와 비밀협약 등 외교 현안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문 대통령의 대답도 신중했다. 질문을 들을 때는 질문의 내용을 메모하기도 하고 대답을 하는 동안에는 웃음기없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신년 기자회견을 놓고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대북정책과 관련 질문을 한 로라 비커 영국 BBC 기자는 트위터에 “워싱턴과 서울은 언론을 향한 접근 방식이 다르다”며 “문 대통령은 자유로운 질문에 대답하는데 한 시간을 썼고 언론에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의당은 “사전에 준비된 각본 없이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앞선 두 보수 정부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았다”며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는 웃음소리 가득한 기자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놓고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자화자찬 신년사”라며 “국가 운영을 7개월씩이나 한 대통령의 신년사가 대선공약 답습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예고 없이 청와대 구내식당을 깜짝 방문해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청와대 출입기자 200명 정도가 참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