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음 스마트폰 갤럭시S9 시리즈부터 퀄컴의 모바일프로세서(AP) 대신 자체개발한 ‘엑시노스’ 시리즈의 탑재비중을 대폭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엑시노스 AP 신제품이 처음으로 미국 등 전 세계의 통신규격을 지원하는 데다 구동성능도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를 뛰어넘을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자체 AP사업 확대는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부진을 만회할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월 공개를 앞둔 갤럭시S9 시리즈에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 대신 엑시노스 AP의 탑재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개한 신제품 ‘엑시노스9810’ AP의 성능이 퀄컴 최신작인 스냅드래곤845를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원하는 통신규격도 이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엑시노스9810의 CPU 구동성능과 통신속도, 이미지 처리성능은 모두 퀄컴이 상반기부터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하는 스냅드래곤845를 소폭 앞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갤럭시S8 등 주력 스마트폰에 퀄컴 AP와 엑시노스를 각각 절반 정도 비중으로 탑재해왔다. 엑시노스에 탑재된 삼성전자의 통신반도체가 미국 등 주요시장의 통신사에서 사용하는 CDMA 통신규격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퀄컴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 최대 고객사인 만큼 스마트폰에 일정한 물량의 스냅드래곤 AP 탑재를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게 나왔다.
하지만 갤럭시S9에 적용되는 엑시노스9810이 CDMA 규격을 지원하는 통신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지며 엑시노스 탑재 모델 출시국가가 미국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엑시노스 AP가 CDMA 통신규격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퀄컴과 계약조건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퀄컴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맺은 CDMA 통신특허 계약을 앞세워 엑시노스 시리즈의 시장확대를 견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AP에 CDMA 통신규격을 지원하기 어렵도록 하는 조건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퀄컴의 계약조건이 불공정하다며 삼성전자와 재협상을 지시하는 등 압박에 나서자 퀄컴이 이전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퀄컴을 더 이상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로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AP 탑재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인 퀄컴이 올해 말 양산하는 AP부터 TSMC의 생산공정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이어 주요고객사를 모두 놓치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에 수조 원대의 시설투자를 벌였다. 하지만 정작 반도체 수주물량은 크게 줄어 가동률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AP의 스마트폰 탑재를 확대하며 생산량도 늘리면 위탁생산사업에서 고객사 물량감소분도 어느 정도 만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퀄컴 AP 대신 삼성전자의 자체 AP를 탑재하는 것은 스마트폰의 성능 최적화와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애플과 화웨이 등 경쟁사들도 모두 주력제품에 직접 개발한 AP를 탑재하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기즈모차이나는 “엑시노스 AP가 마침내 CDMA 통신규격을 지원한다는 것은 스냅드래곤을 적용한 갤럭시S9 시리즈가 아예 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