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과 하이투자증권은 1월에 두 회사 임직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태스크포스팀은 DGB금융 계열사인 대구은행과 DGB생명, 하이투자증권의 영업점을 한 곳에 모은 복합점포를 열어 영업력을 강화하는 방안 등 사업전략을 논의한다.

다만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기존보다 엄격하게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하나UBS자산운용 인수와 관련해 하나금융투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은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와 관련해 일부 부정적 시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와 관련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케이프투자증권의 자금조달 구조를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프투자증권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SK증권 인수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2016년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을 인수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금융위원회가 LIG투자증권 인수 당시에는 케이프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승인한 것과 달리 이번에 이를 문제삼은 것은 최근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문턱을 올렸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등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의 인허가 과정을 놓고 특혜의혹 및 감독기능 소홀 등의 문제점이 지적된 만큼 더욱 까다롭게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최근 금융위에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와 관련해 문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DGB금융 역시 박 회장이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사유로 심사가 보류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 회장의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대구은행에서 불거진 일인 만큼 DGB금융까지 제재를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박 회장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심사가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대구은행뿐 아니라 DGB금융지주까지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등의 제재를 받을 경우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물 건너가게 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등을 받은 금융회사는 1년 동안 다른 금융회사의 대주주 자격을 확보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대우과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의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도 대주주적격성 등을 이유로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