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메모리반도체에 사상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를 벌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가 D램 미세공정과 3D낸드 등 공정전환에 집중되고 있어 반도체 공급 과잉과 업황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후발업체들은 삼성전자 투자확대의 영향을 받아 올해 실적과 점유율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한숨을 돌릴 수 있다.
7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 홈페이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시설투자금액은 약 22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보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투자규모도 지난해보다 늘어난 30조 원 정도로 사상 최고기록을 거듭 쓸 것으로 전망됐다.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올해부터 메모리반도체 출하량이 급증할 경우 심각한 수준의 공급과잉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생산능력과 원가경쟁력이 삼성전자보다 다소 뒤처지는 반도체기업들이 업황 악화의 영향를 대부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를 놓고 사업전략을 최근 들어 대폭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업황 악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64단 3D낸드 생산비중을 연말까지 전체 낸드플래시의 절반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나타나며 대부분 투자가 증설보다 공정전환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D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최근 10나노대급 2세대 D램 공정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증설투자를 대부분 최신 미세공정 중심으로 집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반도체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3D낸드와 미세공정 D램은 생산라인 구축에 이전보다 더 많은 공간과 공정단계가 필요해 기술이 발전할수록 시설투자에 필요한 금액이 막대하게 늘어난다.
삼성전자가 최신 공정기술을 중심으로 반도체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 투자규모가 커져도 실제 출하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면 양산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신규 생산라인 투자에 따른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산업에 전반적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공정전환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공급증가가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주요 반도체기업의 공정기술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오히려 공급부족 상황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기업들의 투자확대 계획을 반영해 외국 증권사들이 제기했던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 가능성은 최근 주요 반도체기업의 주가와 실적전망치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기업이 일제히 공정기술 경쟁에 돌입하며 전환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메모리 공급부족과 양호한 가격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D낸드 등 새 공정 도입으로 반도체기업이 고객사에 제품 승인을 받는 기간도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며 “과거처럼 단기간에 공급이 대폭 늘어 업황 악화가 벌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