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새해 목표와 구체적 실천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년 전부터 강조해온 ‘사회적 가치’가 진화하고 있다.
계열사들에게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사업모델을 발굴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들이 최 회장의 뜻에 따라 경제적으로 이익을 내면서 동시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찾는 데 분주하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수익을 냄과 동시에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는 현실적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 회장은 오래 전부터 사회적 가치를 경영철학으로 삼아왔다.
횡령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던 2014년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책을 출간했고 2015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뒤에도 기회가 날 때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힘줘 말했다.
수감 중인 고단한 시절의 생각과 각오를 실천하는 것이어서 울림도 컸다.
그는 책에서 “SK그룹 투자와 고용의 효과가 그룹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생각은 갈수록 구체화됐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만 사회적기업 창업’과 ‘사회성과 인센티브제’ 등을 제시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제는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SK그룹이 지닌 자산으로 지역 사회나 사회적기업과 공유하는 ‘공유인프라’를 새로운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SK텔레콤의 휴대폰 대리점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이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실제 사례들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사례도 들여다 보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제너럴일렉트릭(GE)은 개발도상국을 위해 저가의 심전도기를 개발했는데 수익을 내면서 동시에 의료서비스 접근성에도 보탬이 됐다”며 “최 회장은 이렇게 수익과 동시에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모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제너럴일렉트릭은 2008년 인도에서 1천 달러짜리 심전도기 ‘MAC400’을 선보였다. 다른 회사 제품의 3분의 1 수준의 가격에 휴대할 수 있는 소형 제품으로 인도 저소득층들이 멀리 떨어진 대학병원까지 가지 않고도 진료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MAC400는 인도와 같이 의료서비스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을 위해 개발됐지만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50개국의 틈새시장도 공략해 경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SK하이닉스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해 들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전담하는 임원급 조직인 ‘지속경영추진담당’을 출범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속경영추진담당은 이제 막 시작한 수준이라 지속적으로 수정과 보완을 해나가고 있다”며 “여러 측면에서 구체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강조한 사회적 가치의 뜻이 이제 조금씩 구체적 모습을 찾아갈 것”이라며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구현하는 길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고 최 회장은 믿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