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회사와 노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집단소송에 참여한 1만2515명의 임금대장을 열람하고 청구액(소송금액)을 확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1천여 명의 임금자료가 누락되거나 잘못 적혀 있어 집단소송 심리가 10일 다시 열리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2년 1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통상임금 관련 집단소송 소송참여자 1만2515명을 모집해 2015년 7월 울산지방법원에 집단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대표소송과 별도로 집단소송도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집단소송도 따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통상임금과 관련해 대표소송과 별도로 집단소송도 진행하고 있지만 핵심열쇠는 통상임금 대표소송 결과다.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울산지방법원 재판부는 “통상임금 대표소송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 결과가 통상임금 집단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표소송 결과를 지켜보면서 집단소송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통상임금 대표소송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여부가 최대 쟁점인 것으로 보인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 관계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고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도록 권리를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흔히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더라도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해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조는 상여금 800% 전부를 통상임금에 반영하고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1월분까지 수당을 놓고 소급해 적용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회사는 금액은 6295억 원을 지급하고 추가로 연간 1400억 원 수준의 비용을 쓰게 될 것으로 회사는 추산했다.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대표소송 1심 판결은 2015년 2월 나왔다. 재판부는 회사가 종업원에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으로 보고 근로기준법상 최저기준으로 3년치 소급분을 지급하라고 선고했고 2015년 3월 노사는 항소했다.
▲ 박근태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재판부는 2016년 1월 2심판결에서 명절상여금을 제외한 나머지 상여금 700%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또 현대중공업이 경영난을 겪기 시작한 2014년부터 2015년 실적을 기준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3년치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나올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올해 안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중공업이 자구계획안을 조기이행했고 흑자도 내고 있는 만큼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할 여력이 있다고 노조는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3조5천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당초 계획했던 시점보다 훨씬 빨리 달성했다. 하지만 2017년 4분기에 3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대중공업의 경영상황을 놓고 대법원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7년 12월29일 2016년과 2017년 임단협에서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7년 안에 2년치 임단협을 타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해가 바뀌기 이틀 전 간신히 잠정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잠정합의안에 담긴 '상여금 300% 매달 분할지급' 규정과 일감부족에 따른 유휴인력 직무교육, 유급휴직 등 조치 규정을 통상임금 소송에서 유리한 쪽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