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와 전경련, 경총은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며 정부의 규제개선을 촉구했고 중기중앙회와 무협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인 혁신성장에 기대감을 보였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사에서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라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며 “공을 세웠으면 자리에 머물지 말라는 뜻으로 우리 경제는 과거에 일궈놓은 산물과 질서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제를 극복해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업을 통해 공동번영을 모색하는 기업가 정신 △기업이 새롭게 일을 벌일 수 있는 환경 △경제주체간 신뢰 회복 등 3가지를 성장토대 마련을 위해 필요하다며 “2018년이 정부와 기업, 온 국민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대한상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을 대신해 재계와 정부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홀로 맡으며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하지만 박 회장은 신년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한상의 홀로 재계를 대표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앞으로 새로운 시대를 성공적으로 맞으려면 기업가정신이 왕성하게 발휘돼야 한다”며 “국내 정책이 시대적 요구를 뒷받침기를 소망하고 국회와 정부가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는 위기일 수 있지만 기회이기도 한 만큼 모든 경제주체가 하나가 된다면 2018년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뒤 올해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이 모두 떠나면서 해체설까지 나돌 정도로 위기를 맞았다.
허 회장은 전경련이 위상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보다 조심스럽게 정부에 규제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박용만 회장, 허창수 회장과 달리 신년사에서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 면에서 개선의 조짐이 없다” “법을 고치지 않고 가능한 규제완화라도 해 보자는 경제부총리의 말이 절규로 느껴진다”는 등의 강도높은 표현을 써가며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비판하고 규제 혁파를 요구했다.
대한상의와 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가 각자의 위상변화에 따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박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한 재계의 불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일자리는 모름지기 기업이 투자를 할 때 생긴다”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도 좋지만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별로 혁신적이지 않더라도 가리지 않고 다 가능하게 하는 ‘무차별 투자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혁파 없이는 일자리 창출도 없다”며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하지 못했던 사업에서 투자를 일으켜야 고용 창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와 함께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자들의 노력을 강조하며 탄력적 상여금 지급,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자들이 법을 고치지 않고서라도 할 수 있는 일부터 스스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전경련, 경총과 달리 중기중앙회와 무협은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우호적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의 주역으로 중소벤처기업을 대표하는 중기중앙회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영주 회장이 무역협회를 이끌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새 정부 2년차를 맞는 2018년은 본격적으로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며 “변화된 시대, 새로운 환경에 중소기업계가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공정한 시장조성은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며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근절하고 공정원가제 도입 같은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생계형 적합업종 등 국정과제의 법제화를 위해 정부, 국회와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논의 등 경영환경의 변화가 당장은 중소기업계에 적지 않은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변여건이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거나 좌절한다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신념으로 중소기업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심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세계 무역환경 변화에 따라 우리 무역 역시 과거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수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수출로 창출된 부가가치는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투자돼야 한다”며 “그럴 때 내수 등 경제전반의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협회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혁신적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며 “과감한 도전과 혁신으로 2018년을 ‘혁신성장의 해’로 만들어 나가자”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