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반등의 기회를 찾기 갈수록 만만찮은 상황에 놓이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발전에 빠르게 앞서나가며 내년 초부터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를 잇따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
26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이 스마트폰사업 실적과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서 신제품 ‘아이폰X’의 흥행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기존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아이폰8 시리즈와 아이폰X의 초반 흥행성적이 이전작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중국에서는 전망이 비교적 밝다”고 보도했다.
증권사 RBC캐피털은 중국 소비자들의 아이폰X 구매의사가 미국의 약 2배 정도로 나타났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워런캐피털은 아이폰X 전체 판매량에서 중국이 약 25%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잡았다고 파악했다.
애플은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최대 쇼핑기간인 연말 성수기에, 중국에서는 춘절 등 주요 명절이 있는 1분기에 가장 높은 아이폰 판매량을 올린다.
애플이 연말까지 양산 차질 등 문제로 미국시장에서 아이폰X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만큼 내년 초부터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흥행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성적이 예상치를 밑돌며 최근 점유율이 급감한 중국에서 반등이 더욱 절실해졌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갤럭시S8 시리즈 출하량이 4천만 대 미만, 갤럭시노트8 출하량이 1천만 대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8 판매목표였던 6천만 대, 갤럭시노트8 판매 목표였던 1100만 대에 모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중국에서 6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비중은 전체의 6~7%인 연간 3천만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놓치기 어려운 시장이다.
전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이 포화상태를 맞은 가운데 중국에서 고가 스마트폰의 판매비중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 진입할 기회도 아직 충분히 열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 주요 스마트폰업체들이 내년부터 삼성전자와 애플보다 앞선 하드웨어 기술을 적용한 고가 스마트폰 출시를 잇따라 계획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업체들은 듀얼카메라와 대화면 올레드패널, ‘베젤리스’ 디자인 등 삼성전자와 애플 스마트폰의 장점을 따라하는 수준에 그쳐왔는데 내년부터 상황이 뒤바뀌는 것이다.
전자전문매체 씨넷에 따르면 화웨이는 내년 2월 공개하는 프리미엄 신제품 ‘P11’에 세계 최초로 3개의 카메라모듈을 적용한 ‘트리플카메라’를 탑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트리플카메라는 듀얼카메라보다 렌즈 개수가 많아 이론적으로 4천만 화소급의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최대 5배 광학줌을 지원해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중국 비보는 올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기술 부족을 이유로 탑재를 미뤘던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모듈을 내년 초 신제품에 가장 먼저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포와 레노버는 접는 형태의 ‘폴더블’ 스마트폰 시제품을 이미 선보여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에 실제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
▲ 중국 비보가 스마트폰 신제품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모듈. |
중국 제조사들은 브랜드 경쟁력이 뒤처져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진출에 아직 고전하고 있지만 현지시장에서는 하드웨어 경쟁력까지 앞서나갈 경우 절대적 우위를 지켜낼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본격적 판매확대에 나설 아이폰X은 이미 전 세계에 공개된 제품이고 삼성전자의 내년 상반기 신제품 ‘갤럭시S9’는 이전작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중국시장에서 내년에도 반등을 노리기 쉽지 않은 셈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중국 스마트폰시장을 탈환하려면 결국 하드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려 맞대응하거나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해 차별화하는 등 전략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프리미엄 모델에 집중한 마케팅으로 현지시장에서 영향력을 대폭 강화했다”며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