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바이오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내년부터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도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5대 핵심분야 가운데 하나로 바이오제약을 선정했는데 인수합병이 사업을 확대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꼽힌다.
SK그룹은 지주사 SK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에서 바이오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신약개발을, SK바이오텍은 원료의약품 생산을 주로 하고 있지만 둘 다 아직 사업규모가 크지 않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제약회사 재즈(JAZZ)와 공동개발한 SKL-N05의 미국 식품의약청(FDA) 신약 판매승인신청(NDA)을 마쳤다고 22일 밝혔다. 임상3상에 성공한 신약은 큰 변수가 없으면 판매승인신청을 거쳐 출시되기 때문에 상용화되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뇌전증(간질)치료제 'YKP3089'의 임상3상도 진행하고 있다.
YKP3089는 4년에 걸친 임상2상에서 기존 약물보다 2배가량 약효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YKP3089와 SKL-N05는 각각 연간 1조 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신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SKL-N05의 판매로 SK바이오팜은 일정 수수료(로열티)를 받게 되는데 그 비율은 밝힐 수 없다”며 “YKP3089는 임상3상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상용화되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오제약사업에서 성과를 보려면 오랜 시일이 걸린다.
SK바이오텍은 2020년까지 매출 1조5천억 원, SK바이오팜은 매출 1조 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인수합병을 하지 않고는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SK바이오텍이 맡고 있는 원료의약품 생산은 인수합병이 필수적이다.
▲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왼쪽)와 박준구 SK바이오텍 대표이사.
글로벌 원료의약품 위탁생산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해 생산비용을 줄여야 할 필요가 크다. 기술, 인력, 고객사, 매출까지 단시간에 끌어올리려면 인수합병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바이오텍이 6월 아일랜드에 있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대형 원료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설비를 통째로 인수하는 것은 처음인데 향후 SK그룹 바이오사업의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최 회장은 SK바이오팜이 2~3개의 신약을 확보하고 SK바이오텍은 이를 발판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사업에서 신약개발과 생산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올해 SK실트론을 인수하며 반도체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면 내년에는 바이오사업 투자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며 “SK그룹은 신약을 자체 개발하고 이를 독자 생산하는 환경을 만들어 ‘바이오사업 라인업’을 갖춰나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