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2012년 10월5일 서울 극동빌딩에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때 웅진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뉴시스>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정수기 렌탈시장에 돌아올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로 정수기 렌탈시장을 개척하고 매각 전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켰는데 내년부터 '경업금지' 족쇄를 풀고 정수기 렌탈시장 재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22일 웅진그룹에 따르면 내년 1월 정수기사업 경업금지가 풀린 뒤 국내 정수기 렌탈사업에 다시 진입하기 위해 MBK파트너스의 코웨이 지분을 사들이거나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를 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지난 2012년 경영악화로 MBK파트너스에 코웨이를 매각했는데 당시 5년 동안 같은 사업을 같은 지역에서 할 수 없도록 경업금지 조항을 체결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웅진그룹과 지분 매각을 두고 협상한 적은 없다”면서도 “다만 여러 옵션을 두고 검토 중이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코웨이를 되찾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를 두고 부정적 시각도 있다. MBK파트너스가 들고 있는 코웨이 지분의 가치는 현재 거의 2조 원에 이르는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을 경우 인수에 막대한 자금이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웅진그룹은 3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 4천억~5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4637억 원, 영업이익 242억 원을 냈고 웅진에너지는 매출 1904억 원, 영업이익 47억 원을 거두고 있다.
웅진그룹에서 자체적으로 코웨이를 인수할 자금여력은 충분하지 않는 셈이다. 결국 코웨이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윤석금 회장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재무적투자자를 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 회장이 배임죄로 집행유예를 받아 코웨이 인수를 위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말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정수기 렌탈사업 재개를 위해 홍보효과를 노려 일종의 '애드벌룬 띄우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웅진그룹 관계자는 “윤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해도 투자를 유치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가격이 적당한 수준에서 정해진다면 인수를 추진하고 그렇지 않다면 새롭게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웨이 인수가 아니더라도 정수기 렌탈사업 재개는 뜻이 확고하다는 얘기다.
윤 회장이 정수기 렌탈시장에 다시 진출하려는 이유는 명백해 보인다. 웅진그룹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방문판매의 신화’로 불리는데 이런 명성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 웅진코웨이의 정수기 렌탈사업이었다.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시장을 새로 만들어 굴지의 사업으로 키웠다.
윤 회장은 1989년 웅진코웨이(당시 한국코웨이)로 정수기 렌탈사업을 시작했다. 직접 웅진코웨이의 대표이사를 맡아 진두지휘했다. “사지 않을 거면 차라리 빌려주자”는 발상의 대전환으로 방문판매 및 관리사원인 ‘코디’를 통해 정수기 렌탈 고객수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1995년 점유율 60%를 넘을 정도로 승승장구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웅진그룹 전체가 휘청거리며 웅진코웨이도 위기를 맞았다.
웅진코웨이는 매각되기 직전인 2012년 매출 2조 원, 회원 수 540만 계정의 국내 최대 정수기 렌탈기업이었다. 윤 회장이 정수기 렌탈시장 재진출을 서두르자 렌탈업계가 긴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인수하지 않고 새로운 법인을 세워 정수기 렌탈시장에 진출할 경우 윤 회장이 과거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국내 정수기 렌탈시장이 5년 전 코웨이를 매각했을 때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 현대렌탈케어 등 대기업 계열의 후발주자들이 시장점유율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물론 웅진그룹은 정수기 렌탈사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윤 회장과 웅진그룹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수기 렌탈사업”이라며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정수기하면 웅진’이라고 기억해주고 있고 오랫동안 방문판매 경험을 쌓은 만큼 재진출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