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데 중국기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대우건설 실사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중국계 투자기업 엘리언홀딩스가 기업설명회에 참석했는데 인수후보인 중국건설사가 이 투자기업과 손잡고 대우건설 인수에 도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21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주간사인 미래에셋대우는 18~19일 이틀에 걸쳐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와 호반건설을 대상으로 경영진 프레젠테이션(PT)와 실무진 질의응답을 실시했다.
인수적격후보에 선정된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을 대상으로 한 경영진 설명회도 곧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KDB산업은행과 미래에셋대우 모두 인수후보기업들과 비밀유지협약을 맺고 있어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기업설명회가 진행됐는지 입을 다물고 있다.
인수후보기업들이 경영진에게 다양하면서도 구체적 질문들을 하느라 기업설명회가 각각 8시간씩 이어진 것으로 전해져 후보기업들의 관심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대우건설의 아프리카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인프라사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대우건설을 통한 시너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 질의응답이 오간 것으로 보인다.
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을 탐내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은 간간이 나왔는데 이와 관련된 질문이 구체적으로 오간 것은 처음이다.
대우건설이 해외사업에서 추가로 손실을 낼 수 있지 않겠냐고 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묻자 대우건설은 선제적으로 잠재부실을 미리 반영했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건축공정총공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가 진행된 날에 중국계 투자기업인 엘리언홀딩스도 함께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점에 투자은행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엘리언홀딩스는 대우건설 매각이 공식화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이 드러난 투자기업이다. 10여개 기업이 참여했던 예비입찰 때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되지 못했는데 재무상황 등 인수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설명회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엘리언홀딩스는 2013년 홍콩에서 설립된 투자기업이다. 향후 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인수전에 뛰어들 때 재무적투자자로 함께 참여하기 위해 설명회에서 적극적 모습을 보인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건축공정총공사와 엘리언홀딩스가 컨소시엄을 이뤄 본입찰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산업은행이 기대하는 매각 희망가격과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인수가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으로 2조 원가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지만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의 가치는 1조2천억 원가량에 불과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1조5천억 원 안팎에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데 중국기업이 얼마나 더 많은 가격을 써낼지 장담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