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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여성CEO 파워의 진실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11-20 21: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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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리콘밸리 여성CEO 파워의 진실  
▲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글로벌 반도체기업 AMD가 지난달 최초로 여성을 CEO로 임명했다.

AMD는 46년 전통의 반도체기업이다. 신임 CEO 리사 슈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멕 휘트먼 HP CEO,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에 이어 상대적으로 유리천장을 뚫기 어려웠던 반도체업계에서도 여성 CEO가 탄생한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CEO들은 취임한 뒤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여성 CEO가 이끄는 벤처기업이 남성 CEO가 이끄는 벤처기업보다 매출이 12% 더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추락하던 야후 살려낸 마리사 메이어

야후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 뒤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시장의 신뢰를 되찾았다.

야후의 주당 이익은 52센트로 월가의 전망치 30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3분기 매출 역시 시장 전망치보다 4천만 달러 많은 10억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야후의 모바일부문이 크게 성장했다. 3분기 야후의 모바일부문 매출은 2억 달러 이상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했다.

메이어 CEO는 지난해 침몰하던 야후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들으며 실리콘밸리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뒤 야후 핵심사업부들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그의 리더십도 위기를 맞았다.

이번 실적 발표로 메이어 CEO는 그동안 그를 따라다닌 의심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취임 뒤 1년 동안 있었던 성과가 거품이 아니라는 사실과 모바일을 야후의 성장동력으로 삼은 그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 증명한 셈이다.

메이어 CEO는 취임 직후 “2015년까지 야후를 모바일 중심 기업으로 바꾸기 위해 신생 벤처기업 인수를 늘릴 것”이라며 공격적 인수합병에 나섰다. 지난 2년 동안 수십 억 달러를 들여 총 42개 기업을 사들였다. 대부분 모바일이나 동영상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메이어 CEO는 지지부진했던 야후코리아를 접는 등 성공하지 못한 해외사업을 정리했다. 또 그간 뒤쳐졌던 모바일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는 개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메이어 CEO는 사업뿐 아니라 침체됐던 야후의 사내 분위기도 바꿨다. 구글의 인재를 야후에 영입하는 동시에 무료 음식과 무료 스마트폰을 제공하는 구글 스타일의 경영방식을 도입해 야후 직원들의 사기도 높였다.

  실리콘밸리 여성CEO 파워의 진실  
▲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메이어 CEO의 거침없는 인수합병으로 야후는 인재와 기술력을 얻었다. 단순한 포털사이트였던 과거와 달리 전혀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리사 메이어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여성 CEO다. 그는 구글의 초창기 멤버로 구글의 20번째 사원이자 첫 여성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야후는 2012년 7월 구글의 부사장 메이어를 CEO로 영입했다. 야후를 몰락으로 내몬 구글에서 CEO를 ‘모셔온’ 것이다.

메이어가 CEO가 된지 1년 만인 지난해 8월 야후는 일시적으로 구글을 제치고 순방문자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가는 종전 대비 2배를 넘어섰고 입사희망자도 세 배나 늘었다. 야후 로고도 새롭게 바뀌는 등 야후는 메이어 CEO의 손에서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야후는 메이어 CEO가 들어오기 전 5년 동안 CEO가 6번이나 바뀌었다. CEO의 무덤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 메이어, 여성정책에 역행한다는 평가도

메이어 CEO는 여성으로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성 권리 상승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여성정책에 역행하는 인물이라는 비판이 그를 따라다닌다.

메이어 CEO는 출산휴가가 끝난 지 2주 만에 바로 출근해 여성단체의 많은 비난을 받았다. 취임 당시 임신 5개월이던 메이어 CEO는 곧바로 출산휴가를 가졌지만 불과 2주일 만인 10월에 공식업무에 복귀했다.

메이어 CEO는 또 취임 이듬해 야후의 재택근무를 모두 폐지했다. 모든 직원에게 사무실에서 근무할 것을 강요했다.

메이어 CEO는 재택근무가 많은 야후가 구글, 애플 등 경쟁기업보다 직원들의 생산성이 낮다고 여겼다. 그는 혁신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함께 모여 일하는 환경에서 더 쉽게 나온다고 봤다.

미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야후 직원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과 리처드 브래든슨 버진 회장이 공개적으로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메이어 CEO를 비판했다.

유명 칼럼니스트는 메이어 CEO를 향해 “그는 실리콘밸리의 스타이넘(유명한 여성 운동가)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스탈린(독재자)이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집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던 워킹맘들의 원성을 샀다.

결국 메이어 CEO는 출산휴가를 확대하는 새로운 가족휴가 혜택을 확대했다. 출산한 여성이나 아내가 출산한 남성 모두 출산휴가를 8주일씩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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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젤라 아렌츠 애플 수석 부사장

◆ 미국 IT업계에 포진한 여성 임원들


여성임원이 거의 없던 애플에서도 여성임원이 등장했다.

애플의 온라인 및 소매유통 부문을 이끌고 있는 안젤라 아렌츠 수석부사장이다. 아렌츠는 백인 남성들밖에 없었던 애플의 이사회에 10번 째로 이름을 올렸다.

아렌츠 수석부사장은 2006년부터 8년 동안 버버리 CEO로 일하면서 버버리의 주가를 세 배 이상 높였다. 아렌츠 수석부사장은 중국 등 아시아시장에서 버버리의 입지를 다진 공로를 인정받아 중국시장을 노리는 팀 쿡 CEO에게 영입됐다.

IT분야에서 여성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CNN머니는 기존의 유명인사를 제외한 새롭게 떠오르는 여성 리더들을 선정했다.

동영상 스트리밍의 강자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총괄하는 신리 홀랜드 넷플릭스 부사장, 에밀리 화이트 인스타그램 비즈니스운영 이사, 클로이 슬래든 트위터 미디어담당 부사장 등이다.

신디 홀랜드 넷플릭스 부사장이 2012년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을 총괄한 뒤부터 넷플릭스는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특히 자체 제작한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하우스오브카드’는 큰 화제를 모으며 에미상을 수상했다. 이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300만 명이나 늘었다.

에밀리 화이트 인스타그램 비즈니스운영 이사는 페이스북의 모바일 안착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클로이 슬래든 트위터 미디어담당 부사장은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케이블TV 채널인 ‘커런트TV’에 대선 관련 트위터를 실시간 중계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로 트위터는 대중에게 제대로 이름을 알렸다.

◆ 여성 리더십, 정말 효과 발휘할까

미국의 기업가정신 전문 연구기관 ‘카프만 파운데이션’은 여성이 이끄는 기업이 남성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뱁슨경영대학의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여성들이 이끄는 벤처기업의 실패확률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 여성 CEO가 이끄는 벤처기업이 남성 CEO 벤처기업보다 매출이 12%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 여성 리더십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드마스리 워리어 시스코 최고기술책임자는 최근 협업과 소통을 중시하는 여성 리더십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인 여성이 이를 잘 드러내지 않고 팀워크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다며 “부드러움으로 대변되는 여성 리더십의 특성상 권위와 존경의 대상인 지도자가 되는 것은 남성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여전히 소수인 여성들

하지만 미국 IT업계에서 여성은 여전히 소수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월 구글이 남성 직장인의 천국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지만 IT분야에서 미국 남성이 여전히 절대적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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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델라 MS CEO
구글 직원의 70%는 남성이다. 구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관리직 역시 79%가 남성이다. 구글 최고위급 임원 36명 가운데 남성은 33명이다.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이 세계 임직원 9만8천 명의 성별과 인종별 구성 비율을 분석해 지난 8월 발표한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임직원의 남녀 성비는 7대 3이다. 회사의 핵심역량인 엔지니어링분야에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8대 2로 남성이 압도적이다. 간부의 남녀 비율은 72대 28이다.

다른 IT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IT기업의 남성 임직원 비율은 70% 안팎이다.

또 실리콘밸리의 창업 기업 가운데 여성이 창업한 기업의 비율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

여성 리더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은 인력풀이 적기 때문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이공계 고급인력 가운데 여성 비율이 높지 않고, 그나마 여성들이 생명과학 분야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산학 분야 대학 졸업생 가운데 여성 비율은 13% 미만이다.

또 실리콘밸리와 IT업계에서 여성을 무시하는 남성중심의 문화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의 발언도 여성에 대한 편견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달 “여성들은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며 “시스템이 합당한 보수를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델라는 “기다리다 보면 회사 대표가 그 여직원이 믿을 만하며 책임감이 있다고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해 많은 비난을 받은 뒤 결국 공식사과까지 해야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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