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노동자 전모(35)씨는 14일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온수역 선로에서 동료 2명과 함께 배수로 칸막이 작업 도중 열차에 치어 숨졌다.
10월13일 청북 청주 오근장역 선로 근처에서 제초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새마을열차에 치어 목숨을 잃은 뒤 2달 만에 또 다시 일어난 철도현장 사고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철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9월에는 경기 안산 한대앞역 선로에서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어 목숨을 잃었고 경의중앙선 원덕-양평 구간에서 시운전을 하던 기관사는 열차 추돌사고로 사망했다.
6월에는 노량진역에서 선로보수작업 하던 철도노동자가 열차에 치어 사망했고 5월에는 광원대역에서 열차를 연결하고 분리하는 입환작업을 하던 철도노동자가 선로에서 목숨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가 5월 출범한 점을 고려하면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철도현장에서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때부터 철도의 안전성을 강조했고 잇따라 일어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사정간담회, 전문가TF(태스크포스) 등을 거쳐 8월 ‘철도안전운행 및 작업자 안전확보 대책’을 마련했다.
철도공사 역시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새로운 대책들을 발표했지만 연이어 일어난 사망사고에 김 장관과 철도공사의 약속은 무색해졌다.
더군다나 이번 온수역 사고는 작업시간과 규정을 어기고 기관사에서 선로작업을 알리기 위해 전방에 설치해야 할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는 등 기본적 안전수칙마저 지키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작업자의 안전교육, 기관사에게 철로작업과 관련해 주의조치 및 속도경감을 협의하는 ‘철도운행안전협의’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 없이 작업이 진행돼 벌어진 인재”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은 6월 노량진역 사망사고 이후 구로역-온수역 구간의 경우 궤도유지보수작업을 할 때 열차운행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고 시행할 것을 명령했으나 철도공사는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철도사고를 막기 위해 사후대책보다 무리한 외주화에 따른 하청구조,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경영구조 등 철도공사의 인력운용과 관련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18일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이번 사고는 선로 위에서 일어났지만 배수로 공사라는 이유로 선로공사와 관련한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외주업체다 보니 업무협조 등에서 안전규정이 느슨하게 적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작업과 관련해 ‘위험의 위주화’가 지속될 경우 이같은 관리감독의 틈새가 지속적으로 생길 수 있다”며 “생명안전업무의 외주화를 어떻게 줄여나갈지 고민하고 안전업무의 경우 외주화의 방향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오영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철도노조는 앞선 사고들의 경우 비용최소화 경영에 따른 인력감축,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업무분리에 따른 소통부족 등 인력운용과 관련한 철도공사의 구조적 문제들을 근본적 사고원인으로 꼽았다.
철도공사가 이르면 내년 1월 새로운 사장을 맞이하는 만큼 이번 사고가 인력운용과 관련한 철도공사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사의 경우 그동안 김현미 장관이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 와 이에 부합하는 인사가 사장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계에서는 16대 비례대표, 17대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오영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8월 사고 이후 강하게 철도노동현장의 안전문제를 챙겼지만 작업현장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관련부처 책임자로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에서 “국가의 가장 기본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다시는 철도노동자 사망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 대안을 고민해 줄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