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는 삼성‘후자’로 꼽히기도 한다. 삼성전자에 매출 의존도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으로서는 가볍게 듣고 넘어가기 힘들다. 삼성전기 사장에 올라 삼성전자 의존에 벗어나기 위해 온힘을 쏟아왔고 이제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15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기는 갤럭시노트8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4분기도 장밋빛 실적이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갤럭시노트8에 사용되는 듀얼카메라 물량 가운데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3분기에도 주요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로 실적이 급증했다.
이 덕분에 올해 들어 주가도 2배로 뛰었다.
하지만 이 사장은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매출의 절반을 여전히 삼성전자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삼성전자 플래그십제품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자생력을 놓고 의문을 안고 있다. 지난해만 봐도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의존도에 발목이 잡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 여파로 영업이익이 11년 만에 가장 낮은 244억 원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삼성전기에게 든든한 배경이기도 하지만 ‘고통분담’을 함께해야 할 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 새기게 된 셈이다.
이윤태 사장이 사업구조 다각화와 거래처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삼성전기가 삼성전자만 바라보는 '천수답 사업'을 해서는 안되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의미있는 감소세를 보였다.
삼성전기에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삼성전자 매출기여도는 56.4%에서 61.8% 사이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는 차례대로 54%, 52.4%, 50%를 보이며 떨어지고 있다. 기판부문에서 해외 거래선 공급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패널레밸패키지(PLP)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워우고 있는데 이 또한 삼성전자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패널레밸패키지는 집적화에 중점을 둔 차세대 반도체패키징 기술이다. 단일 패키지에 여러 반도체 칩을 통합할 수 있는 SiP(System in Package)로 확장이 가능하다.
SiP는 앞으로 모바일 단말기뿐 아니라 자동차,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폭 넓은 활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삼성전기가 기존 주요고객인 삼성전자나 애플 말고도 다른 산업에서 고객사를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7월 패널레밸패키지 양산라인 구축에 264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초에도 1500억 원가량을 들여 설비를 증설했다.
이 사장은 상당히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졌는데 대담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조직적으로도 패널레밸패키지를 개발하던 팀을 지난해 말 이 사장 직속 사업팀으로 올리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5월 임원인사에서도 승진자 5명 가운데 2명이 패널레밸패키지사업팀에서 나왔다.
증권가가 내년 삼성전기가 패널레밸패키지사업에서 매출 8천억 원 규모를 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사장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이 사장은 전장사업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취임 직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전자가격표시기 사업 등을 접고 구조조정을 하는 와중에도 전장사업 육성을 위해 사장 직속으로 신성장추진팀을 꾸렸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역시 현재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용이 비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장용 생산능력을 올해 6억 개에서 내년 20억 개, 2020년 60억 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뒀다. 생산비중으로 보면 전장용이 올해 1%에서 2020년 20%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이 사장이 중화권 거래선을 중심으로 매출처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장사업 확대 역시 넓은 의미에서 삼성전자 의존을 낮추기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태 사장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과 사장을 거쳐 2014년 말 삼성전기 대표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