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조선사 셈코프마린이 네덜란드 에너지회사 로열더치셸의 해양플랜트를 건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경제매체 싱가포르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셈코프마린은 5일 로열더치셸과 비토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해양생산설비 건조와 관련해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부유식 원유생산설비는 바다에 뜬 채 원유를 끌어올리는 해양플랜트를 말하는데 상부구조물과 하부구조물로 이뤄진다.
로열더치셸은 2021년까지 멕시코만에 하루 1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부유식 원유생산설비를 건조해 설치하는 ‘비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쓰일 부유식 원유생산설비의 상부구조물과 하부구조물을 셈코프마린에 맡겼다는 것이다.
구체적 계약규모는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12억5천만 달러 정도에 셈코프마린이 비토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생산설비를 수주했을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로열더치셸은 2018년 초 최종투자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셈코프마린은 요한카스트버그 프로젝트에 투입할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의 상부구조물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르웨이 해양산업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스타토일이 2018년 초 요한카스트버그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상부구조물의 최종입찰자를 선정할 것”이라며 “노르웨이 조선사 크배너(Kvaerner)와 싱가포르의 셈코프마린이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
스타토일은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발주를 상부구조물과 하부구조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상부구조물의 수주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5억~6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하부구조물 수주규모보다 훨씬 클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스타토일은 최근 요한카스트버그 부유식 원유생산설비의 하부구조물을 건조할 조선사로 셈코프마린을 선정했는데 상부구조물 일감도 셈코프마린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삼성중공업은 비토 프로젝트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할 조선사로, 대우조선해양은 요한카스트버그프로젝트의 해양플랜트 하부구조물을 수주할 조선사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현대중공업도 비토프로젝트와 요한카스트버그프로젝트의 해양플랜트 하부구조물 수주전에 참여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셈코프마린에게 승기를 빼앗기면서 조선3사가 해양플랜트부문에서 해외조선사에 밀리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셈코프마린이 요한카스트버그프로젝트의 해양플랜트 하부구조물을 수주했을 당시 증권가는 예외적 현상으로 바라봤다.
베세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셈코프마린이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 건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건조비용을 과소평가해 저가수주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도 “요한카스트버그 하부구조물 일감은 셈코프마린 연매출의 20%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수주였던 만큼 셈코프마린이 한국조선사와 계속 맞부딪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셈코프마린이 잇달아 수주낭보를 전하는 만큼 앞으로 해양플랜트부문에서 조선3사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