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개인형퇴직연금(IRP)시장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신한은행도 격차를 좁히고 있어 두 은행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3분기 기준으로 개인형 퇴직연금 2조6121억 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 금액은 은행 13곳 가운데 가장 많다. 2분기 2조4372억 원과 비교하면 1749억 원 늘어났는데 다른 은행들은 대체로 수십억~수백억 원 규모의 증가폭을 나타냈다.
개인형퇴직연금의 가입대상이 3분기 들어 자영업자, 공무원, 교직원 등으로 확대되면서 국민은행 상품에 가입한 고객 수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형퇴직연금은 퇴직금을 노동자 본인 명의의 퇴직계좌에 넣어 만 55세 이후 연금 등 노후자금으로 쓸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연간 700만 원까지 세액도 공제된다.
본래 퇴직금을 한꺼번에 받았거나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회사에서 1년 이상 일했던 노동자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7월26일부터 소득이 있는 모든 취업자로 가입대상이 확대됐다.
추가된 가입대상 상당수가 은행의 개인고객으로 분류되는 만큼 은행권 최대 규모의 개인이용자와 영업망을 보유한 국민은행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도 개인형퇴직연금의 수수료율을 연간 0.4%에서 0.24%로 내렸다. 연말에 세액공제 때문에 개인형퇴직연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개인형퇴직연금은 많은 수익을 당장 올리지 못하더라도 충성도 높은 고객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국민은행이 소매금융(리테일)에 강한 장점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형퇴직연금시장은 운용자산 기준으로 2016년 10조 원에서 2020년 40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KB국민은행장을 겸직하던 7월 은행 조회사에서 “개인형퇴직연금의 가입자 대부분이 연금을 받는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개인형퇴직연금시장에서 신한은행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3분기 기준으로 개인형 퇴직연금 2조967억 원을 운용하고 있는데 2분기 1조9087억 원보다 1880억 원 늘었다. 국민은행보다 규모가 적지만 증가폭은 더 크다.
개인형퇴직연금의 가입대상이 확대된 뒤 국내 은행 가운데 수수료율을 가장 먼저 내리는 등 영업에 힘써 성과를 냈다.
신한은행은 개인형 퇴직연금의 수익률도 국민은행보다 높다. 3분기 기준으로 두 은행의 평균 수익률을 비교하면 신한은행 1.42%, 국민은행 0.98%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개인형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노후 때문에 원리금이 보장되는 쪽을 선호한다”며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에 보수적으로 투자하다 보니 개인형퇴직연금의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