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12-07 13: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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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은 왜 적자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년도 안돼 대규모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됐을까?
상선분야에서 경쟁력 약화로 해양플랜트부문에 집중하는 잘못된 전략이 삼성중공업을 위기로 내몰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7일 “삼성중공업이 그동안 해양산업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집중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게 된 것”이라며 “해양산업 위주로 전략을 잘못 짜는 바람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보다 상선분야에서 경쟁력이 약해지게 됐다”고 파악했다.
삼성중공업은 10월 말 기준으로 상선부문 수주잔고가 전체의 30% 정도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보다 훨씬 적다.
삼성중공업이 그동안 해양시추설비와 해양생산설비부문에 힘을 쏟아 상선부문 일감이 상대적으로 적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몇 년 동안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봐 2015년, 2016년에 2조 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도 영업손실 4900억 원, 내년 영업손실 2400억 원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 716억 원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만 약 56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영업손실을 예상한 이유로 당초 계획했던 만큼 구조조정을 시행하지 못해 고정비 부담 2800억 원, 철강재 가격 상승에 따른 예상손실 충당금 1100억 원, 공사비용 증가분 400억 원, 올해 4분기 진행되는 희망퇴직 관련 비용 600억 원 등이 반영되는 점을 들었다.
또 건조했지만 인도하지 못해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해양시추설비 드릴십사업에서도 손실 900억 원 등을 볼 것으로 예상했는데 삼성중공업의 실적악화가 해양부문 중심의 수주전략을 취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에도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는데 판매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 만기인 차입금을 갚기 힘들고 실적악화에 따른 신뢰성 저하로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해 내년 5월까지 1조5천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이 내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영업손실을 보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최근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회사와 후판 가격을 톤당 5만 원 이상 올리기로 합의했다”며 “2018년 상반기 협상 때 후판 가격의 추가인상 가능성도 남아있어 내년 영업손실 규모가 2400억 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은 11월 철강회사와 후판 가격을 놓고 톤당 5만 원 이상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하는데 선박 제조원가에서 후판 비중이 10~20%를 차지한다. 후판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선박건조 수익성이 나빠져 삼성중공업의 내년 영업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