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증권가와 현대상선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고 운임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운반물량 증대에 힘입어 내년 하반기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은 유류비 비중이 커 유가변동에 민감하다. 지난해 유류비로 1조 원가량을 썼다.
3분기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와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각각 지난해 3분기보다 19%, 54% 상승하며 해운사에 유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2888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4%나 줄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해외에서 화주들의 신뢰를 얻은 것이 주효했다”며 “화주들의 발주물량이 꾸준히 늘어난 동시에 비용절감에도 성공하면서 적자폭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3분기까지 컨테이너 212만845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수송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컨테이너 물동량이 41.2% 늘었다. 물동량 증대와 더불어 용선료, 하역료 등 비용을 줄이면서 실적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유 사장은 화주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쏟았는데 그 결과가 실적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유 사장은 지난해 취임하자 국내외 화주들에게 ‘함께 갑시다(Let's go together)’라는 제목의 편지를 발송하며 '신뢰 다잡기'에 나섰다. 해외를 수시로 방문하며 화주들을 직접 설득하는 데도 힘썼다.
화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핵심이 서비스 품질이라고 생각한다. 해운서비스 품질이 좋아야 화주들도 믿고 화물을 맡긴다는 것이다.
서비스 품질 가운데서도 정시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유 사장은 평소 “화물이 제 때 도착하지 않으면 화주의 작업 자체가 중단된다”며 “무엇보다 화물운반 정시성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상선은 창립 후 최초로 8월 선박운항 정시성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9월 5위로 하락하긴 했지만 10월 다시 1위를 되찾았다.
유 사장은 서비스 품질의 향상을 위해 IT기술 적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선박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이 자리잡으면 육상에서 해상에 있는 화물의 운반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운반 정시성과 안전성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유 사장은 1953년 태어나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현대종합상사에 입사해 1986년 현대상선으로 자리를 옮긴 뒤 30년 동안 해운업에 잔뼈가 굵었다
2013년 현대상선 대표에 올랐지만 연임하지 못하고 2014년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 현대상선 재건을 위해 돌아왔다.
유 사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연임 여부는 이사회의 결정에 달린 것”이라며 “내년 임기 때까지 화주들의 신뢰를 쌓아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뿐”이라고 말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 사장은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는데 그 때마다 ‘화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유 사장의 오랜 해운 경험에서 나온 경영철학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