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반도체기업들의 주가흐름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반도체 업황 악화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주가 급락으로 반도체 공급과잉 가능성에 민감한 주주들의 반응을 확인한 만큼 내년 반도체 시설투자전략을 보수적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4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하락은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을 일시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최고 호황기를 맞은 뒤 급격하게 침체됐던 역사가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던 만큼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파악했다.
외국 증권사 모건스탠리의 부정적 업황 전망에 반응해 27일부터 급격히 추락한 삼성전자 주가는 4일 장 초반에도 1% 넘는 하락폭으로 약세를 보였다. 주가가 6거래일 동안 10% 이상 하락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27일부터 6거래일 동안 11%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며 거래되고 있다.
국내 대다수의 증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내년부터 나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처음 반도체 업황악화를 예상하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췄던 숀 김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최근 이어진 주가 하락에도 입장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숀 김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주기적으로 크게 줄어드는 흐름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반도체기업들의 내년 실적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초부터 메모리반도체의 강력한 호황에 반응해 계속 급등세를 보였다. 반도체 업황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낮아지면 자연히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증권사들이 잇따라 내년 반도체 업황에 긍정적 전망도 내놓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반등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도체 업황에 비관론이 ‘대세’로 자리잡은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가 반등을 노리려면 안정적 업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주주들에 설득할 수 있도록 반도체 투자전략을 바꾸는 등의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반기부터 일제히 반도체 시설투자를 늘리며 업황 악화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경쟁업체의 사업확대 의지를 꺾기 위해 시설투자를 대폭 늘리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후발주자의 투자확대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왼쪽)과 SK하이닉스 이천 M14공장. |
김선우 연구원은 “반도체 선두기업의 위기의식이나 후발주자의 점유율 욕심이 공급과잉을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이를 효과적 전략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가 하락에 반응해 투자전략을 보수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반도체 업황 악화 가능성에 예상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힘을 얻을 경우 고객사들이 가격 하락을 기다리며 수요를 줄여 업황 악화를 더 앞당길 수도 있다. 전략변화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반도체 시설투자계획이 시장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큰 폭의 주가 하락 위험을 감수하고 무리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김선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메모리반도체 업황을 주도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입장에 놓여있다”며 “업황 변화를 자극할 만한 공격적 투자전략을 피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