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인사들을 아우르는 ‘포용적 리더십’으로 우리은행 계파갈등을 잠재울 수 있을까?
앞으로 다가온 우리은행 임원인사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내정자는 주주총회에서 공식선임되는 22일에 맞춰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부행장(부문장 포함) 11명 가운데 10명이 12월 초에 임기가 끝나고 상무 11명 가운데 3명이 올해 말에 임기가 끝난다.
현재 우리은행은 3부문 16그룹 체제로 꾸려졌는데 글로벌부문장을 맡고 있던 손 내정자가 행장에 오르고 남기명 국내부문장이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보직해임된 것과 맞물려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대규모 승진 및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행장은 올해 말부터 성과중심 인사평가시스템을 마련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을 동등하게 배분하는 임원 인사원칙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손 내정자는 계파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탕평에 가까운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손 내정자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스템을 통해 인사를 실시하고 능력을 통해 선발할 계획이기 때문에 계파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제가 포용적 리더십을 가지고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상업은행-한일은행 출신 인사들의 권력배분 기능을 해오던 '수석부행장 제도'를 다시 부활시키기보단 현재 부문장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수석부행장 제도는 상업은행 출신 행장이 선임될 경우 한일은행 출신 인사를 수석부행장에 앉혀 권력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던 시스템이었는데 이 행장이 2015년 이를 없애고 현재 부문장 제도로 바꿨다.
손 내정자는 중장기적으로 부문장 3명을 차기 행장 후보군으로 양성해 차기 행장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기준을 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손 내정자가 선임되는 과정에서 '계파갈등'뿐 아니라 차기 행장 후보군에 외부인사가 포함되는 지 여부를 놓고 '낙하산인사’와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안정적 경영승계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노조와 관계도 손 내정자에게 주요 과제로 꼽힌다.
우리은행 노조는 내부 출신 행장인 손 내정자를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우리은행이 안정화되면 노조 추천 사외이사(노동이사제)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노조는 올해 초부터 우리사주조합이 과점주주보다 많은 우리은행 지분 4.45%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외이사 추천권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채용비리 의혹’과 계파갈등 등이 불거지면서 잠정보류했다.
다만 손 내정자가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앞으로 노조와 갈등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손 내정자는 “노조는 은행 경영에 간섭하면 안 된다”며 “노동이사제 문제는 전반적 사회분위기나 다른 금융회사의 추세를 보면서 더 검토해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내정자가 지주사 전환과 완전민영화 등 우리은행의 굵직한 경영과제 추진하기 위해선 계파갈등 해소와 노조와 관계 정상화 등 조직 내부수습이 선행과제”라며 “스스로 강조한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