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7-12-03 09: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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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에 기존에 거명되던 고위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 금융회사 출신이 오르면서 ‘깜짝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구두로 각 금융협회에 사실상 인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말이 나돈다.
▲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내정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에 이어 신용길 KB생명 사장이 생명보험협회장에 내정되면서 고위관료 출신 ‘올드보이’들이 금융협회장을 차지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이 빗나갔다.
은행연합회장의 경우 홍재현 전 부총리(1938년생)와 김창록 전 산업은행 회장(1949년생)이, 생명보험협회장의 경우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1950년생),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1951년생) 등 ‘올드보이’들이 유력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각 금융협회장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지도 않았던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은행연합회장에 선출되고 생명보험협회장에 신용길 KB생명 사장이 내정되면서 ‘깜짝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 위원장의 발언에 각 금융협회 회원사들이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 위원장은 주요 금융협회장에 현업에서 떠난 지 오래된 고위관료 출신들이 오르는 데 비판적 입장을 내놓았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최 위원장에게 “금융협회장에 관료 선배들이 올라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게 (업계의 요구를)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런 분들이 협회장으로 오면 일을 할 수 없다고 대통령께 직언하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그런 우려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최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공개석상에서 관료 선배들에게 금융협회장에 나서지 말라고 촉구한 셈이다.
실제로 11월27일 차지 회장을 뽑기 위해 열린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는 유력후보로 꼽혔던 홍 전 부총리와 김 전 총재 등 ‘올드보이’로 불리는 인물들을 모두 배제한 채 김태영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민간출신만 놓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도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이 선임된 뒤 비슷한 ‘급’의 고위관료 출신 인사를 물색했지만 최 위원장의 발언과 은행연합회장 결과를 확인한 뒤 후보군에서 ‘올드보이’들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추위는 박근희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과 고영선 전 교보생명 부회장, 신은철 한화그룹 상임고문 등으로 후보군을 좁혔지만 최 위원장은 협회장 인사를 놓고 또 다시 강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신 내정자를 단독후보로 추천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29일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그룹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금융협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며 ”또 그런 인사가 반복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에 맞춰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가 차기 회장을 선임한 셈이다.
최 위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인 만큼 각 금융협회장 선출과정에서 불합리하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을 꼬집을 수 있지만 최근 발언을 통해 각 금융협회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금융협회장과 관련해 '강성 발언'을 내놓은 것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이 선출된 뒤 ‘올드보이’ 논란과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협회장에 관료출신이나 재벌그룹 출신이 가지 못하도록 내부지침을 세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는 2번 연속 민간 출신 협회장을 맞이하게 됐다”며 “손해보험협회가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보다 협회 회원사 규모가 작지만 가장 연장자인 김용덕 회장이 이끌게 되면서 협회간 기싸움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