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7-12-03 0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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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등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개량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개량신약은 기존 약의 복용 편의성과 지속성을 개선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성분을 합친 의약품인데 최근 복제약(제네릭)시장이 포화되자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 국내 제약업계, 개량신약 ‘열풍’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형 제약사들은 개량신약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왼쪽)과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
유한양행은 최근 개량신약 전문기업인 애드파마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애드파마는 알보젠코리아 개량신약 개발팀 출신인 이용택 대표가 9월 설립한 회사인데 이 대표는 2013년 골다공증 개량신약 ‘본비바플러스’의 개발을 이끄는 등 개량신약 전문가라고 한다.
유한양행은 화이자의 신경병증성 통증치료제 ‘리리카’의 서방형 개량신약 ‘YHD1119’도 개발하고 있다.
서방형이란 약효가 이전보다 장기간 지속되게 만든 개량신약인데 유한양행은 리리카의 1일 2회 복용 횟수를 1일 1회로 줄이는 개량신약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고지혈,고혈압 등을 치료하는 복합제 개량신약 4종을 놓고도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개량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유한양행이 직접 개발한 개량신약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실적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이 자체개발한 개량신약 ‘로수바미브’는 고지혈증 복합제인데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이 153억 원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2%가 늘어났다. 또 다른 개량신약 ‘듀오웰’도 3분기까지 누적매출이 1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8%가 증가했다.
한미약품도 개량신약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이 2009년 출시한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은 올해 상반기에만 323억 원의 매출을 냈다. 한미약품은 아모잘탄 수출에도 성공해 현재 MSD가 전 세계 50여개 국가에 ‘코자XQ’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아모잘탄에 이뇨제 성분을 합친 ‘아모잘탄플러스’와 아모잘탄에 고지혈증 치료제를 합친 ‘아모잘탄큐’도 판매허가도 얻어 ‘아모잘탄 패밀리’ 제품군을 만들었다. 한미약품은 올해 아모잘탄 패밀리로 매출 1천억 원대를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고지혈증 복합제 개량신약인 ‘로수젯’도 올해 상반기에 매출 177억 원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배로 늘어났다. 한미약품은 올해 초 MSD와 로수젯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LG화학도 최근 당뇨병 및 이상지질혈증을 하루 한 알로 관리할 수 있는 복합제 ‘제미로우’를 출시했다. 제미로우는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와 이상지질혈증 치료 성분 ‘로수바스타틴’을 합친 개량신약이다. LG화학도 앞서 제미글로의 개량신약 ‘제미메트’도 출시했다.
보령제약 역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복용량과 용법 등을 개선한 개량신약 제품군인 ‘카나브패밀리’를 만들고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 왜 개량신약인가
제약사들은 복제약 진입장벽이 점차 낮아지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특허가 끝나는 오리지널 의약품들의 수와 시장규모가 내년부터 급속하게 줄면서 복제약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한미약품의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
IMS헬스에 따르면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의 시장규모는 2560억 원이지만 내년에는 310억 원으로 쪼그라든다. 2019년과 2020년에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의 시장규모도 각각 900억 원, 16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국내 제약사들은 개량신약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개량신약은 기존 신약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패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고 개발기간도 비교적 짧다. 개량신약의 수익률은 평균 25%로 복제약의 3~4배 수준이다. 특허권도 보호된다.
국내 개량신약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개량신약 생산액은 2946억 원으로 2015년보다 47%가 늘어났다. 개량신약허가 품목 수도 24개로 2015년의 18개에서 6개나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의약품 허가 수가 2845개로 2015년의 3014개보다 5.6%나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국내 제약사들의 개량신약 열풍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업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제약사들이 당장의 돈벌이에 눈이 멀어 개량신약 개발에만 투자를 집중하면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개량신약 개발 분야가 고혈압 치료용 복합제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허가받은 개량신약 24개 가운데 고혈압 치료용 복합제는 22개에 이른다.
고혈압 환자들은 혈압관리를 위해 2가지 이상의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관련 복합제시장이 급속히 커지고있지만 개량신약 개발분야가 특정 질환 복합제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두가 고혈압 치료 복합제만 내놓는다면 이것은 개량신약 경쟁이 아니라 사실상 또 다른 복제약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