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은 지난해 7월 이 부회장과 최석종 KTB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각각 영입해 3인 각자대표체제를 갖췄다.
그런데 권 회장이 8월 개인회사의 직원을 폭행한 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데 이어 검찰수사까지 받으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권 회장은 회사 출장비를 업무출장이 아닌 미술품 구매 등 개인목적 출장에 쓰거나 회사 출장에 가족을 동반하는 등 회삿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0월 말부터 권 회장을 특별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여러차례 소환조사한 데 이어 11월22일 KTB투자증권 본사와 권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금융회사 최대주주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된 금융사 최대주주에게 주식매각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KTB투자증권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권 회장의 경영 리더십도 굳건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권 회장이 사건사고에 휘말린 동안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에서 입지를 강화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 KTB투자증권 지분 5.8%를 확보해 주주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뒤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여 올해 9월 기준으로 KTB투자증권 지분 16.39%를 보유한 2대주주에 올랐다.
KTB투자증권 최대주주는 지분 21.96%를 보유한 권 회장인데 두 사람의 지분격차는 5.57%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는 지난해 이 부회장이 KTB투자증권에 합류하면서 권 회장 지분 미만인 20%까지 지분을 매입하기로 한 약속에 따른 것이지만 두 사람의 지분율이 엇비슷진 상황에서 경영권을 두고 미묘한 입장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제든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모양새가 됐다.
이 부회장 측은 인사권을 비롯한 경영권을 약속받았다는 입장이지만 권 회장 측은 최종결정 권한은 권 회장에게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KTB투자증권에 합류한 뒤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권 회장의 입지가 약화된 요인으로 꼽힌다.
KTB투자증권은 별도기준으로 3분기 누적순이익 265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8% 급증했다. 이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투자금융(IB)부문에서 수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권 회장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권 회장이 뒤로 물러나고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수습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권 회장이 과거 내부거래와 허위공시, 주가조작 등으로 여러차례 비판을 받으면서도 경영권을 놓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형사처벌을 받기 전까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KTB투자증권은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설이 나돌면서 부서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며 “두 사람의 경영권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