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박 사장은 삼성중공업의 사업구조를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바꿔놓을 적임자로 주목받았지만 해양플랜트사업에서 수 조 원 규모의 손실을 본 데다 상대적으로 고령이라는 점에서 유임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조선과 해양사업을 이끌 후임자가 마땅치 않은 데다 지난한 구조조정 작업도 완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 사장의 유임을 점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늦어도 올해 12월 초 박 사장의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사장은 2013년부터 5년째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박 사장은 당시 해양플랜트부문을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삼성중공업은 상선부문에서 중국 등 해외조선사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진입장벽이 높고 계약규모도 큰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삼성중공업의 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박 사장이 이런 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로 꼽힌 것이다.
하지만 해양플랜트는 삼성중공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수조 원대 영업손실을 안겼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미래를 걸려고 했지만 기본설계 능력과 건조경험 부족으로 막대한 액수의 ‘수업료’를 치렀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5월 거제조선소 해양플랜트 작업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관리가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이미 진행된 2018년도 인사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는 점도 박 사장의 유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에서 올해 하반기에 모두 5명의 사장이 물러났는데 이들은 모두 만 60세를 넘긴 인물들이다. 삼성전자는 50대 사장 승진자 7명을 배출하며 세대교체 의지를 분명이 보였는데 이런 세대교체 바람이 삼성중공업에도 불어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올해로 만 64세인 데다 사장으로 재임한 지도 5년을 맞았다. 일반적으로 삼성그룹에서 사장 재임기간이 5년을 크게 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사장은 장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박 사장의 유임을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5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삼성그룹 계열사 거운데 17년 만에 처음으로 구조조정 계획서를 제출했고 지금도 일감이 없어 순환휴직, 희망퇴직 등을 시행하고 있다.
박 사장은 경영을 정상화할 때까지 임금을 반납하겠다며 2016년 7월부터 지금까지 보수를 받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에 새 사장을 앉히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사장의 뒤를 이을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지적도 해마다 나온다.
전태흥 경영지원실 담당 부사장은 만 59세인데 중간에 삼성에버랜드에서 2년 정도 머물렀던 것을 빼면 15년 정도 삼성중공업에서 일했다. 하지만 주택과 토목 등 건설사업을 주로 맡았다.
김효섭 부사장은 생산관리 전문가지만 만 61세라는 점에서 박 사장의 뒤를 잇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전 부사장과 김 부사장 모두 삼성그룹 차원의 세대교체 바람에 부응하기 어렵고 삼성중공업이 막대한 수업료를 치른 해양플랜트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박 사장의 뒤를 잇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부문에서 손실을 봤지만 여전히 선주들의 신뢰를 잃지 않고 있는 데다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해양플랜트를 놓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박 사장이 계속 삼성중공업 경영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해양생산설비와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올해 수주에 선전하면서 수주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하며 경쟁력을 보여줬다”며 “삼성중공업이 앞으로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의 토르투 해양플랜트 베트남의 블록B 등 해양플랜트, 해양생산설비 수주에 성공하면 이 부문 경쟁력이 다시 입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