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효소는 바이러스가 자기복제를 하는 데 꼭 필요한 일종의 에너지 공급원인데 펙사벡은 암 덩어리에 달라붙은 다음 TK효소를 빼앗아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가 파괴되고 항원도 생성돼 환자의 신체가 암에 대해 면역력을 얻게 된다. 이런 방식의 항암치료제를 ‘면역항암제’라고 한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임상 가운데 간암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절제술로 완치를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진행되면 수술이 불가능하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간암은 대부분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환자가 증상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화학적 항암제를 간에 주입하는 ‘색전술’을 선택하거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약성분(소라페닙)을 가진 알약 ‘넥사바’ 투여를 선택하는 데 두 가지 치료방법 모두 완치율이 높지 않다.
펙사벡은 간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인 셈이다.
특히 펙사벡은 최근 단독 투여를 넘어서 넥사바같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와 병용투여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펙사벡이 암세포를 극도로 취약하게 만들면 같이 투입된 항암제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를 거의 죽은 상태로 만든 다음 몸에 투여해서 항체를 만드는 ‘백신’의 원리와 유사하다.
이 때문에 펙사벡은 신장암, 유방암, 대장암 등 어느 정도 진행되면 절제수술을 선택하기 힘든 고형암(장기에 생기는 암)에 기존 항암제와 병용투여를 하는 임상을 하고 있다. 간암 병용투여는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고 나머지는 임상 1상이다.
신라젠 주가는 펙사벡 병용투여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급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의 신라젠 주가 움직임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펙사벡은 아직 허가가 나오지 않았고 지난해 12월 신라젠 상장 당시에도 펙사벡의 가치가 이미 공모가에 반영됐다.
다른 항암제와 병용치료가 펙사벡의 가치를 높인다고 가정하더라도 대부분 임상1상 초기다.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간암 관련 임상3상도 2019년 10월에야 끝난다.
신라젠은 상장 이후 지금까지 분기에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고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도 371억 원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라젠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적에 기반한 주가흐름과 무관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