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7-11-24 16: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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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 3곳을 각각 사업과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 3곳을 합병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4일 “현대차그룹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를 각각 인적분할하고 3개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시 대주주, 소액주주, 핵심 계열사의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하며 사업구조 역시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월을 재벌기업의 자발적 개혁 시한으로 못 박으면서 현대차그룹은 연말까지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5월19일 내정자 신분으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재 순환출자가 문제되는 곳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하나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순환출자 해소 법안이 법제화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튜어드십코드 확산,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 법제화 가능성,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하루라도 빨리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편이 좋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대차가 5년 연속 실적악화를 겪고 있고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점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임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현재 계열사 사이의 의존도가 높고 폐쇄적 사업구조를 보이고 있어 협력과 개방이 필요한 자동차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각각 사업과 투자회사로 분할하고 분할된 3개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각 사업회사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임 연구원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사업회사는 투자부문을 떼어내면서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받아 현대차그룹 전체의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기아차는 현대차와 동등한 회사로 자원배분에서 현대차의 후순위로 밀리지 않게 되고 현대모비스도 완성차 계열사와 동등한 회사로서 단가인하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및 투자회사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출범으로 ‘명분’과 ‘지배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임 연구원은 “정몽구 회장은 지주회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승계가 아닌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보유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면 오너 일가의 지주회사 보유지분율은 28.5%로 늘어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차그룹이 3개 주요 계열사를 사업과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3개 투자회사를 지주회사로 합병할 때 주주친화정책을 펼쳐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롯데그룹 역시 4개 주요 계열사를 각각 사업과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4개 투자회사를 지주회사로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롯데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이 롯데그룹과 같은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경우 2018년 5월 이전에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해 2018년 안에 주요 과정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임 연구원은 “롯데그룹은2017년 4월 말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발표한 뒤 사드보복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소액주주의 합병반대 비율이 높았으나 현대차그룹의 중국사업은 최악의 시기를 지나 회복기에 진입했다”며 “미국사업은 아직도 부진하나 향후 예상을 뛰어넘는 악재는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