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SUV 제품군을 강화면서 기아자동차가 국내에서 더욱 깊은 판매부진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신흥국에서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미국에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점은 같지만 한국에서 상황은 다르다”며 “수요가 제한된 한국에서 현대차의 SUV 제품군 강화는 기아차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판매 실적은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1~10월 국내에서 2016년 같은 기간보다 7.9% 늘어난 57만1683대를 팔았다.
반면 기아차는 같은 기간에 2.4% 줄어든 42만6021대를 파는데 그쳤다. 다만 같은 기간에 RV 판매는 1.5% 늘어난 19만6261대를 기록해 기아차 국내판매의 버팀목이 됐다.
현대차가 2018년에 SUV 출시를 대폭 늘리면서 기아차가 국내에서 판매부진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2017년 비슷한 시기에 각각 코나와 스토닉을 출시하면 스토닉 신차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SUV 판매간섭 현상이 2018년에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2018년 국내에서 싼타페 완전변경모델, 투싼 부분변경모델, 코나 전기차모델, 차세대 수소전기차, 제네시스의 첫 SUV GV80(개발 이름) 등 새 SUV를 출시한다.
기아차가 2018년에 출시하는 새 RV는 카니발 부분변경모델, 쏘울 완전변경모델로, 니로 전기차모델로 현대차 SUV보다 신차효과가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연구원은 “기아차는 현대차와 제품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며 “현대차가 기아차가 강점을 보이는 SUV부문에서 제품군을 강화하면서 기아차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기아차보다 현대차를 우선순위에 두면서 기아차는 상대적으로 경쟁력 약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현대차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미래차 투자재원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로 급속하게 이동하면서 현대차그룹도 사업구조를 재편해 통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임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사업구조를 재편하면 기아차는 현대차의 자회사가 아닌 현대차와 동등한 위치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기아차는 기계부품 자회사, 비핵심 계열사 보유지분을 매각해 장부가 기준 최대 1조7천억 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미래차 투자 재원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