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명 롯데렌탈 대표가 ‘KT맨’에서 ‘롯데맨’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표 대표는 원래 20년 가까이 통신업계에만 있던 통신전문가다. 4년 전만 해도 KT에서 회장후보로 거명될 정도였는데 전혀 다른 업계에 타의로 흘러가 우뚝 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종합 렌탈플랫폼 ‘묘미’를 앞세워 일반 렌탈부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렌탈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97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늘었다. 지난해도 사상 최대실적을 냈는데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특히 렌터카시장을 25%가량 점유해 2위를 다투는 SK네트웍스, AJ렌터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데다 장기렌터카 역시 빠르게 늘면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테리어 브랜드 까사미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가전제품, 의류 등의 렌탈요금을 대대적으로 할인하는 등 B2C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현재 롯데렌탈 전체매출에서 렌터카사업을 제외한 일반 렌탈사업은 9.7%로 비중이 미미하다. 이 가운데 사무지원기기와 산업설비 등 B2B 영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는 렌터카사업의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는 데다 렌탈시장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사업영역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표현명 대표는 시장 흐름을 따라잡는 능력이 있고 온라인사업 이해도도 높아 내부에서 평가가 좋다"며 "최근 트렌드에 맞춰 B2B 위주였던 사업구조에서 B2C로 보폭을 넓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표현명 대표는 롯데그룹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 대표는 롯데렌탈이 KT렌탈이던 시절 수장에 올랐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회사를 인수해 간판을 바꿔 단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업문화가 보수적이라 인수된 회사의 대표를 대부분 내부인사로 채우는 롯데그룹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표 대표는 2014년 KT렌탈 대표에 임명될 때부터 자리를 오래 지키기 힘들 것으로 평가됐다.
황창규 KT 회장이 부임한 뒤 표 대표가 본업인 통신과 무관한 비주력계열사 KT렌탈로 이동되자 업계는 사실상 좌천으로 봤다.
표 대표는 황 회장 전임인 이석채 KT 회장의 경복고 후배이기도 하다.
고려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1년 KTF 상무보로 자리를 옮겨 현장업무를 시작했다. KTF에서 경영기획부서와 마케팅부서 등을 두루 거쳤고 KT와 KTF가 합병된 뒤에도 KT에서 승진을 이어갔다.
한때 KT의 핵심파트인 T&C(텔레콤&컨버전스)부문 사장을 맡아 ‘이석채의 황태자’로 불리기도 했다. 이 회장이 2013년 말 물러나자 회장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표 대표가 KT렌탈를 맡은 지 반년 만에 회사 매각이 결정되자 그의 운명은 더욱 위태로워 보였다. 렌탈사업 경험이라고는 KT렌탈이 전부인 표 대표가 매각 이후 게속 살아남을까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표 대표는 2015년 롯데렌탈 매출을 2014년보다 20% 넘게 끌어올려 능력을 보이면서 자리를 지켰다.
표 대표는 “KT렌탈 대표에 취임했을 때부터 지인들은 낯선 분야에서 잘할 수 있겠느냐며 걱정을 했다”며 “하지만 이동통신과 자동차렌탈사업은 본질적으로 기기에 서비스를 얹어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보고 고객중심의 상품개발에 힘썼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