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가운데)이 21일 전북 완주에 위치한 대주코레스 공장에서 제품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
“풍선은 구멍이 나도 더 많은 숨을 불어 넣으면 하늘에 영원히 떠있을 수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올해 1분기 실적발표 뒤 한 말이다. 회사를 어떤 악재에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체질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체질개선의 성패가 사업다각화와 인재육성에 있다고 본다.
23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LG화학은 세계 석유화학제품시장 호조에 따라 당분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까지 매출 19조2658억 원, 영업이익 2조3135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7.2%, 영업이익은 51.2% 늘었다.
그래도 박 부회장은 사업다각화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주력인 기초소재의 경우 글로벌 시황이나 국제유가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지부문을 키우고 기존 기초소재는 고부가가치제품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박 부회장은 21일 대주코레스와 피앤이솔루션 등 2차전지 협력사를 찾아 공장을 둘러봤다. 대주코레스는 자동차용 배터리팩을 감싸는 ‘로어케이스 하우징’을 만들고 피앤이솔루션은 전지의 충방전시험에 쓰이는 충방전기를 만드는 회사다.
박 부회장은 앞으로 협력회사 투자를 확대해 전지부문 기술개발에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까지 에너지저장장치부문에서 710㎿ 규모의 저장장치를 공급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늘었고 글로벌시장 점유율도 30%까지 올랐다. 내년 1분기 본격 가동되는 폴란드 전기차배터리 공장에서 애너지저장장치도 생산해 앞으로 공급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회장은 기초소재분야에서도 고부가가치제품 매출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메탈로센계 폴리올레핀(PO), 차세대 고흡수성수지(SAP) 등 고부가가치제품 매출을 지난해 3조 원에서 2020년 7조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며 “기초소재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고부가가치제품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연구개발투자와 인재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 부회장은 평소 인재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 사전에는 ‘고객’과 ‘인재’ 딱 두 사람만 있다”고 할 정도다. 매년 미국, 중국, 일본을 한 차례씩 방문해 인재찾기에 나선다.
LG화학은 3분기까지 연구개발에 총 6578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전체 투자액이 678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규모를 크게 늘린 셈이다. 2020년 연간 연구개발투자 규모를 1조4천억 원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박 부회장은 부문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직원들을 만나고 사업을 챙긴다.
LG화학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연구소, 공장 할 것 없이 모든 사업장을 자주 방문해 직원들과 사업 진행과정을 함께 들여다본다”며 “이런 현장경영이 인재육성과 각 사업부문의 성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1952년 태어나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LG그룹의 모태기업인 럭키 프로젝트실에 입사했다. LG화학 특수수지 사업부장 상무, LG석유화학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치는 등 석유화학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했다.
2008년 LG화학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2012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1세대 오른팔로 통하던 김반석 부회장을 대신해 LG화학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