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구상한 세 아들의 경영권 승계구도가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의 거듭된 일탈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김 전 차장이 지난 9월 술집에서 변호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전 차장이 이른 시일에 한화건설에 복귀하기 어려워졌다.
김 전 차장은 2014년 26살 나이에 한화건설 과장으로 입사한 뒤 지난해 신성장전략팀을 맡으며 한화건설의 새 먹거리를 찾는 역할을 맡았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가 새롭게 진출한 면세점사업과 관련한 태스크포스팀(TFT)에 관여하기도 했다.
김 전 차장이 한화건설에서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을 경우 건설과 리조트, 백화점, 면세점사업 등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한화그룹 안팎에서 나왔다.
하지만 올해 1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만취상태로 지배인을 폭행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뒤부터 승계 시나리오에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차장은 술집난동 사건이 일어난 뒤 5일 만에 변호사를 통해 한화건설에 사직서를 냈고 이후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난 지 반 년 만에 다시 술집에서 난동을 피운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김 전 차장은 한화건설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찾기 어려워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한화건설을 그만둘 때만 해도 2년 정도면 다시 복귀할 것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에 또 휘말리면서 자숙해야 할 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3남 김 전 차장의 문제를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최근 실시한 한화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 전 차장의 형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의 경영권 승계수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한화큐셀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화케미칼의
김창범 대표와 한화생명의
차남규 대표를 모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올려 두 아들의 경영권 승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김 전 차장이 한화건설에서 떠나있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김 회장이 앞으로 진행할 사장단 인사에서도 김 전 차장의 승계를 지원할 구도를 짜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