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내년에 퍼시픽드릴링과 해양시추설비 인도 문제를 놓고 중재심리를 받는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글로벌 시추회사 퍼시픽드릴링으로부터 시추설비 ‘퍼시픽존다’ 건조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지금까지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2018년 2월5일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서 퍼시픽드릴링과 드릴십(심해용 이동식 시추선) ‘퍼시픽존다’ 인도 문제를 놓고 중재심리를 받는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 퍼시픽드릴링으로부터 5900억 원 정도에 드릴십 1척 건조주문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퍼시픽존다의 건조를 마친 뒤 선박을 인도하려고 했지만 퍼시픽드릴링이 갑작스레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퍼시픽드릴링은 삼성중공업이 납기일자를 지키지 못해 계약을 해지한 것인 만큼 선수금으로 지급한 돈도 되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퍼시픽드릴링이 잔금을 내놔야 한다고 맞서면서 이 문제로 3년 가까이 시간을 끌게 됐다.
조선사는 일반적으로 계약금액의 일부만 선수금으로 받고 나머지 건조대금은 선박을 인도한 뒤에 수령하는 방식으로 선박을 수주한다. 삼성중공업도 퍼시픽드릴링으로부터 약 1900억 원 정도의 선수금은 받았지만 3500억 원 정도의 건조대금은 받지 못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퍼시픽존다를 인도하지 못해 들어간 유지보수비용도 퍼시픽드릴링에 추가로 청구할 것”이라며 “퍼시픽존다 인도와 관련해 내년 초 중재심리를 받아도 이 문제가 언제 끝을 보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퍼시픽드릴링이 최근 미국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지만 퍼시픽존다 인도 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삼성중공업은 바라봤다.
퍼시픽드릴링이 미국법원에 신청한 파산보호는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데 기업의 채무이행을 잠깐 중단하고 자산매각 등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퍼시픽드릴링이 파산하지 않고 회생절차를 밟으면 삼성중공업은 퍼시픽존다 건조대금을 떼일 걱정이 줄어들 수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퍼시픽드릴링이 미국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퍼시픽존다 인도를 둘러싼 중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해양시추회사 시드릴이 미국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해 삼성중공업이 건조대금을 날릴 가능성이 대폭 줄어든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해양시추설비 7척을 건조하고 있다. 해양시추설비 수주잔고 비중은 전체의 19.9%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