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진에어 상장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을 어디에 쓸까?
한진칼은 진에어 지분 일부를 팔아 확보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계열사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가운데)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 |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진에어 구주매출을 통해 확보한 자금 가운데 일부를 12월 만기인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은 진에어 상장 과정에서 진에어 지분 60%만 남기고 나머지를 매각하는데 공모 희망가격이 2만6800원에서 3만1800원인 점을 감안하면 2412억~2862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한진칼은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차입금 524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이 3441억 원에 이르며 올해 안에 차입금 6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진에어 상장을 통해 얻는 자금의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정해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차입금 상환이나 운영자금 등으로 두루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계열사들 지분을 확보하는 데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한진 등 상장자회사 2곳의 지분을 각각 29.96%와 22.19%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자회사인 정석기업 지분을 48.27% 들고 있다.
정석기업은 서울시 중구의 한진빌딩 본관과 신관, 인천광역시 중구의 정석빌딩, 부산광역시 중구의 정석빌딩 등 부동산을 관리하는 회사다.
한진칼은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상장자회사 지분을 30%, 비상장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확보해야 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0.04%와 한진 지분 7.81%, 정석기업 지분 1.73%를 추가로 보유해야 하는 셈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아직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만큼 계열사 지분 매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국회에서 개정안을 놓고 논의되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한진그룹이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재계 일각에서는 바라보기도 한다.
한진그룹은 한진그룹 오너일가나 계열사 혹은 공익법인이 보유한 지분을 한진칼에 넘기는 방식으로 한진칼의 계열사 지분 확보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 지분은 한진칼 이외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0.01%, 정석인하학원이 2.73%, 일우재단이 0.20%, 정석물류학술재단이 0.42% 등을 들고 있다.
한진칼은 계열사의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한진은 자사주 1.43%를 보유하고 있다. 정석기업도 자사주 11.82%를 보유한 만큼 자사주 일부를 한진칼에 넘기는 등의 방식으로 한진칼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