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들이는 시설투자금액이 반도체업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의 공격적 증설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에 타격을 주겠지만 중국업체들의 시장진입을 방어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기업의 시설투자금은 지난해보다 35% 급증한 908억 달러(약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시설투자가 26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로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금액인 113억 달러의 2배를 넘는 것이다.
빌 맥클린 IC인사이츠 대표는 “삼성전자의 올해 시설투자는 반도체산업 전체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라며 “전 세계 반도체업계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IC인사이츠는 특히 전 세계 반도체기업들의 투자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3D낸드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투자확대가 공급과잉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삼성전자의 시설투자가 3D낸드분야에 가장 집중된 데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다수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D낸드에 140억 달러, D램에 70억 달러,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등에 50억 달러를 각각 투자할 것으로 추정됐다.
IC인사이츠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기업은 삼성전자에 대응해 반도체 시설투자를 확대하거나 시장점유율을 잃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투자공세를 강화하는 이유는 중국기업들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반도체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IC인사이츠는 중국 반도체 신생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업체에 맞설 정도의 D램과 3D낸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바라봤다.
▲ 삼성전자가 증설투자를 진행중인 평택 반도체공장 부지. |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국영반도체기업 XMC가 내년 말부터 3D낸드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XMC는 내년에 전 세계 3D낸드 생산물량 가운데 2.8%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려울 공산이 커 실질적 경쟁자로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
삼성전자가 예상대로 시설투자를 늘리며 반도체시장에서 공급과잉을 이끌 경우 중국기업들이 고객사를 확보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SK하이닉스 등 다른 반도체기업에도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투자확대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IC인사이츠는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다른 기업과 합작법인 설립 등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삼성전자의 대규모 시설투자를 뚫고 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