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팔지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계획이 마무리되는 2018년까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0.47%를 팔기로 했다. 14일 삼성전자 주가 기준으로 1조7천억 원 규모다.
▲ (왼쪽)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1.4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이 끝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율의 합은 10.4%가량으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다른 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10%이상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 그룹 지배구조를 향한 비판 등을 감안해 금융당국에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 초과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지분처리 방향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자본정책과 맞물려 있는 만큼 시장의 관심은 어느 기업이 지분을 얼마나 팔지에 쏠리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올해 초 자사주 소각계획을 내놓은 뒤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각주체와 매각시기, 매각비율을 놓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사이에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지분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그룹차원의 의사결정이 이뤄져야하지만 미래전략실 해체로 그룹 컨트롤타워가 없어져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삼성전자 주식을 대체할 만한 수익성이 좋은 자산이 많지 않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지분매각 비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생명의 2018년 예상 삼성전자 배당수익은 5843억 원,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배당수익은 104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각각 지난해보다 13%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그룹의 사장단인사가 시작된 만큼 금융계열사 임원 인사결과를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인사에서 60대 임원들이 물러난 만큼 금융계열사 인사에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등이 모두 60대인 만큼 입지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새 국제회계기준(IRFS17) 도입, 금융계열사의 제조사 의결권 제한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공동으로 대처해야할 굵직한 이슈들이 있는 만큼 이와 맞물려 구체적 윤곽이 정해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작은 미래전략실’인 사업지원T/F를 신설해 전자계열사와 삼성전자의 협업체제를 강화한 것처럼 금융계열사의 컨트롤타워를 세운 뒤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