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행어음 인가에 따른 향후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열한번째로 연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호조를 이끌어냈고 사실상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1호’ 위치에 오른 데도 기여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 사장은 2018년 3월에 열한번째 임기가 끝난다. 2007년 첫 임기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매년 임기 1년씩 열차례 연임했다.
그는 처음 취임했을 때 47세로 당시 증권사 사장들 가운데 최연소였다. 그 뒤 10년 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오너를 제외한 증권사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초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사장후보자를 결정하고 그달 말 주주총회에서 의결해 왔다. 2018년에도 비슷한 때에 선임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임추위에 참여하는 점을 감안하면 유 사장이 이번에도 연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부회장은 인사원칙으로 ‘실적 바탕의 평가’를 들고 있다.
증권업계의 전망을 종합하면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3700억 원 안팎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가량 많다.
증시 호황의 영향이 강했지만 자산관리(WM), 투자금융(IB), 자산운용(트레이딩) 등 유 사장이 평소에 영업력을 강화해 왔던 분야의 수익도 고르게 늘어났다.
한국투자증권이 13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지정된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5곳 가운데 유일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것도 유 사장의 연임전망을 밝게 만들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에서 자체신용을 토대로 일반투자자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내의 단기금융상품을 말한다. 초대형 투자금융회사는 이것으로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 4조4019억 원을 보유해 최대 8조 원 규모를 조달할 수 있다. 인가를 홀로 받아 시장을 선점하고 다른 투자금융업 재원도 더욱 일찍 마련하게 됐다.
유 사장은 13일 발행어음 인가를 받자마자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제1호’로 지정된 데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발행어음 업무의 선두주자로서 개인, 기업,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관련 사업준비를 계속 맡아왔던 점을 감안하면 경영연속성을 위해 연임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약관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11월 말부터 발행어음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사장이 2018년 2월에 임기가 끝나는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의 후임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말도 일각에서 나돌지만 한국투자증권에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 사장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를 큰 틀에서 준비한 만큼 공로를 인정받아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투자협회 회장인사가 변수로 꼽히지만 지금으로서는 한국투자증권 사장으로서 연임할 가능성이 좀 더 높게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