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8월 신한생명 전속보험설계사(전속설계사) 수는 4월과 비교해 주요 생명보험사 25곳 가운데 가장 크게 줄었다. 생명보험협회는 4월부터 전속설계사 수를 따로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신한생명 전속설계사 수는 8월 기준 8027명으로 1년 전(9757명)보다 1213명(13.13%) 줄었다. 8월 생명보험사 25곳의 전속설계사 수는 4월(11만3181명)보다 3.13% 줄어든 10만9634명으로 집계됐다.
신한생명 보험설계사의 13회차 정착률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37.1%로 생명보험업계의 평균 정착률인 40.2%를 밑돌았다. 13회차 정착률이란 보험설계사들이 한 보험회사에 등록한지 1년이 지난 뒤에도 이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속설계사보다 보수와 판매환경이 좋은 독립보험대리점으로 이직하는 보험설계사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독립보험대리점이란 한 보험사의 상품뿐 아니라 제휴를 통해 다른 보험사의 상품도 파는 영업점을 말한다.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을 다룰 수 있는 만큼 영업을 하는 데 더 수월하고 전속설계사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보험영업의 ‘꽃’이라 불리는 보험설계사들이 자리잡지 못하고 떠날 경우 보험사의 영업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또 독립보험대리점이 최근 덩치를 빠르게 불리는 흐름과 맞물려 보험사가 대형 독립보험대리점에게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보험사들은 최근 독립보험대리점을 통해 맺는 보험계약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체 생명보험사의 초회보험료에서 독립보험대리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3.4%에서 올해 6월 27.8%로 높아졌다.
독립보험대리점과 관계가 틀어질 경우 독립보험대리점이 특정회사의 상품을 판매거부하면 바로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병찬 사장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신한생명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전속설계사의 중요도는 더욱 높다.
저축성보험계약이 주로 방카슈랑스(은행창구를 통한 보험상품판매)를 통해 이뤄지는 것과 달리 보장성보험의 경우 보험설계사를 통한 계약비중이 높다.
이 사장은 독립보험대리점에 대응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내년 상반기에 생명보험사 가운데 5번째로 자회사형 독립보험대리점(GA)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독립보험대리점으로 떠나는 전속설계사를 잡아두기 수단으로 보인다. 현재 자회사형 독립보험대리점을 소유하고 있는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라이나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4곳인데 대부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전속설계사들의 이직률을 낮추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사장은 전속설계사들의 중간관리자(SM)를 없애고 지점에서 전속설계사들을 직접 관리하는 새로운 영업시스템도 시범운영하고 있다. 중간관리자에게 드는 비용을 줄여 이를 전속설계사들에게 보수로 줘 이탈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생명보험사와 비교해 전속설계사 수가 많은 수준인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며 “자회사형 독립보험대리점 태스크포스팀과 시범운영 점포의 경우 검토해보는 단계로 어떠한 방향성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