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법집행 체계 개선 민관 합동특별팀(TF) 활동을 통해 가맹사업법·대규모유통업법·대리점법 등 유통3법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고 김상조 위원장 역시 취임 이후 꾸준히 언급해 왔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쟁점이 많은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 문제는 뒤로 미루고 우선 유통분야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전속고발권 제도 개편은 국회에서 각 법의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시행령 개정 등만으로 가능했던 불공정거래 과징금 상향 등의 조처와는 달리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김 위원장은 “정기국회에서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면서도 “의원 발의 입법들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하면서 이번 내용을 반영해 법안을 수정하도록 적극 의견을 낼 것”이라고 국회를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 법률안의 국회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의 법안 처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무위원회의 법안처리는 상임위원회 중에서도 더딘 편이다. 정무위원회는 20대 국회에서 고작 64건의 법안만 처리했다. 소관 발의 법안 741건 가운데 처리율이 고작 8.6%로 전체 상임위 평균(9.7%)을 밑돌고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비롯해 은산분리 완화, 지주회사·일감몰아주기 규제, 청탁금지법 개정 등 쟁점법안이 많은 탓이다.
특히 전속고발권 문제는 지난해 정기회의 때부터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폐지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맞서면서 의견차이가 줄어들지 않았다. 김상조 위원장이 국회를 설득해 법안처리를 독려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 보수야당 개편으로 정무위 구도에 변화가 나타난 점도 법안처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른정당 의원 9명이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이동했는데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용태 의원도 포함됐다.
이로써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은 8명으로 더불어민주당(10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많아졌다. 국민의당(3명), 바른정당(2명), 정의당(1명)을 다 합해도 자유한국당에 미치지 못한다.
자유한국당에서 갈라져나온 바른정당은 보수정당이지만 경제분야에서 비교적 개혁적 시각을 나타내왔다. 정무위 위원 중에 바른정당 숫자가 줄고 자유한국당이 늘어나는 점은 법개정을 추진하려는 김 위원장에게 반갑지 않은 변화다.
특히 이번에 김 위원장이 예고한 전속고발권 폐지의 경우 지난 대선 때 바른정당은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을 냈지만 자유한국당은 주요정당 중 유일하게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의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반대 목소리가 그만큼 커진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야당의 개편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경우 법 개정 작업은 더욱 험난해진다.
정무위에 남은 바른정당 의원은 유의동 지상욱 의원인데 이 가운데 유 의원은 추가로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정무위 바른정당 의원은 1명만 남고 자유한국당 의원이 9명이 돼 여당과 맞먹는 수준으로 세력이 커진다.
게다가 유의동 의원은 법안을 심사하는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만약 법안심사소위 위원장 자리가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갈 경우 법안 처리 과정에 있는 소위원장, 정무위원장, 법안을 최종 심사하는 법사위원장까지 모두 자유한국당 일색이 돼 그만큼 법안 통과는 어려워진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법안처리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만약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의원입법을 수정할지 정부입법으로 갈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속고발권 논의는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하면 상당부분 해소되는 문제”라며 “고발 지침을 개정해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추진과 별개로 전속고발권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정위 차원의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