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10월11일 중국 심천에서 열린 ‘범태평양 해양 아시아 컨퍼런스(TransPacific Maritime Asia Conference)’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현대상선이 적자라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유창근 사장은 현대상선에 돌아와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고 외부적으로 화주들 신뢰를 얻는 데 온힘을 쏟아왔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새 선박 발주도 검토하고 있다.
13일 현대상선에 3분기 영업손실이 크게 줄어들면서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퍼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3분기 영업손실 295억 원을 내 지난해 3분기보다 87.2% 급감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운임이 받쳐준다면 내년 3분기 정도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 사장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상선의 수익개선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특히 비용절감과 서비스 개선으로 화주들의 신뢰를 쌓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유 사장은 해외 주요 화주들을 찾아다니고 해외지사를 통해 현지 화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데 집중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고맙게도 화주들이 지난해 한진 사태 이후 이탈하지 않고 현대상선에 신뢰를 보여줬다”며 “월마트를 비롯해 해외 주요 화주들의 신뢰를 여전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신조 발주도 필요하다. 흑자로 전환해도 경쟁력이 떨어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해운동맹 2M에 가입돼 있는데 2020년에 마무리되는 만큼 그 뒤 재편될 동맹체제에 합류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선복을 확보해야 한다. 해운사는 해운동맹을 통해 운임을 비롯한 여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업계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대상선이 100만 TEU 정도의 선복을 확보해야 한다고 바라본다.
현대상선의 선복은 현재 43~44만 TEU로 추산되는 만큼 2배 이상의 선대 확보가 필요한 셈이다.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대를 말한다.
현대상선은 KDB산업은행과 함께 선대개편을 위한 자금 확보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유 사장은 1953년 태어나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1978년 현대종합상사에 입사했다. 1986년 현대상선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 분야를 줄곧 지킨 정통 ‘해운맨’으로 꼽힌다.
2013년 현대상선 대표를 맡았으나 비상근이사 부회장 재임 당시인 2014년에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실적 악화의 책임을 회피했다는 시선도 받았다.
유 사장은 지난해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을 통해 KDB산업은행으로 편입된 뒤 회사 재건을 위해 다시 돌아왔다.
물론 이때도 과거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이에게 다시 경영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나 유 사장은 현대상선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30년 해운맨'의 경험을 기반으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조직을 두루 살피는 리더십도 한몫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 사장이 돌아온 뒤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직원과 소통을 강화했다”며 “특히 해상직원의 경우 사장이 만나러 가는 일이 드문데 큰 행사 때마다 방문해 격려하며 직원들의 고충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