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은
박지원 회장의 분신과도 같다.
공기업이던 한국중공업 인수를 주도해 두산중공업으로 탈바꿈해냈다. 두산중공업을 그만큼 잘 아는 이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정책 속에서 원전사업을 메울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박 회장에게 다시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국내에서 앞으로 원전을 수주할 길이 막히면서 이 공백을 메울 길을 찾아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다시 시작된 만큼 시간은 벌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분명히 해 앞으로 국내에서 원전으로는 새 일감을 찾기 힘들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로드맵을 본격화하면서 올해 신한울 3·4 호기, 2019년 천지 1·2호기, 2021년 대진 1·2호기 등 원전 6기 사업을 백지화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원전설비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는데 수조 원 규모의 수주 예상금액에 구멍이 생겼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영업실적 턴어라운드 길목에서 발목을 잡힌 셈”이라며 “두산중공업은 신규사업 성과가 가시화하기까지 불확실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사업 스펙트럼이 넓어 풍력발전과 가스터빈, 원전해체 등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는 사업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사업들이 수익을 안겨다주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회장은 두산그룹 오너일가 가운데 두산중공업에서 잔뼈가 굵었는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묘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이 누구보다 깊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두산중공업이 인수될 당시부터 발을 들여 공기업 색채를 지우고 민영기업으로 성공적 변신을 이끌었다.
인수 직후인 2001년,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기획조정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았고 수익성이 낮은 부문을 과감히 쳐내 발전과 담수, 건설 등에 집중하는 환골탈태를 이뤄냈다.
이 덕분에 2007년 박 회장이 대표이사 사장에 오를 당시 두산중공업은 2002년 17%에 불과했던 해외 수주비중을 71%까지 늘리며 글로벌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 과정에서 굴곡도 많았다. 두산중공업 수주액은 2010년 13조8천억 원에 이르렀지만 2012년에는 5조 원대까지 곤두박질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정지택 부회장과 공동대표로 호흡을 맞추면서 수주액이 지난해 다시 9조 원을 넘어서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는데 탈원전이라는 새로운 위기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두산그룹 전체에서 두산중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박 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두산중공업은 그룹에서 가장 매출이 큰 주력 계열사이다 보니 사업기반이 악화하면 다른 계열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박지원 회장은 두산그룹 지주사격인 두산의 COO 부회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형제가 돌아가며 살림을 총괄하는 두산그룹의 전통에 비춰볼 때 형인 박정원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 1순위로 꼽힌다.
이 때문에 두산중공업에서 원전사업을 메울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일은
박지원 회장에게 더욱 중요하다.
박지원 회장은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고리 5·6호 공사는 2022년 끝난다. 박 회장은 이 시간 안에 두산중공업의 대변신을 다시 한번 만들어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