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시장이 여러 업체가 난립하던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화웨이와 오포, 비보와 샤오미 등 상위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제품 출시확대로 브랜드 경쟁력 확보에 성과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확보에 계속 고전해왔는데 중국업체들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력에 맞서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 더욱 다급해졌다.
8일 시장조사기관 IDC 홈페이지에 공개된 분석결과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현지 상위기업들의 영향력이 더 강해지고 있다.
화웨이와 오포, 비보와 샤오미 등 중국 1~4위 업체의 출하량 합산점유율은 3분기 68.3%를 보이며 지난해 3분기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IDC는 이 업체들이 치열한 내수시장 경쟁에서 차별화하기 위해 TV광고 등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의 판매확대를 추진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은 약 2년 전까지 화웨이를 제외하면 주요 경쟁업체가 없다고 할 정도로 한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한 여러 기업들이 난립하며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출혈경쟁으로 경영난을 겪던 레노버와 TCL, 대만 HTC 등이 스마트폰사업을 구조조정해 이탈한 것도 상위기업들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화웨이는 ‘메이트’ 시리즈, 샤오미는 ‘홍미노트’ 등 프리미엄 흥행작을 내놓으며 이전처럼 무리하게 중저가 스마트폰 물량공세를 벌일 이유도 적어졌고 수익성도 대폭 개선하고 있다.
중국 상위 스마트폰업체들은 실적개선에 힘입어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늘리며 제품 경쟁력도 삼성전자 등 선두업체와 견줄 수 있을 만큼 강화하는 선순환을 이뤄냈다.
IDC는 중국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더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며 이전에는 생존 여부를 걱정해야 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수준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처한 상황이 뒤바뀌는 것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지배력 유지에 힘쓰는 삼성전자의 사업전략에도 큰 변화를 필요로 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중국에서 현지업체들에 점유율 상위권을 내준 뒤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저가 제품의 물량공세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수요마저 중국업체들에 빼앗기고 있는 데다 브랜드 경쟁력을 차별화요소로 앞세우기도 어려워진 만큼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과제가 더 다급해졌다.
▲ 화웨이 '메이트10'(왼쪽)과 샤오미 '미믹스2'. |
IDC는 아직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국 중소 스마트폰업체가 추가로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상위기업들의 점유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봤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우위도 위협받을 수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최근 갤럭시노트8 출시 간담회에서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최근 수년동안 이어졌던 부진을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시장에서 반등을 노려 올해 스마트폰 영업조직을 완전히 재정비하고 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쇄신을 꾀했다.
고 사장이 IM부문장에 올라 역할과 지위를 강화한 만큼 삼성전자가 조만간 발표할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에도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안을 담을 수 있다.
IDC는 “중국에서 삼성전자와 같이 스마트폰 점유율 하위권으로 떨어진 기업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며 “온라인 판매전략과 현지 유통망 확보, 브랜드 마케팅 등이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