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3월24일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빅2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이를 염두에 두고 경영하겠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3월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말인데 회사를 탐스러운 매물로 탈바꿈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매각하겠단 의미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을 ‘작지만 단단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는데 부실계열사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선박 발주량이 늘어나면서 조선업계 수주가뭄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저가수주를 절대적으로 피해야하는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선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발주량이 적으면 울며 겨자먹기로 저가수주로라도 일감을 확보해야 하는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정 사장은 아직 올해 수주목표량 45억7천만 달러의 56.2%밖에 채우지 못했다. 목표량 채우기보다 수주의 옥석가리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저가수주는 피하고 수익성을 따져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통상 연말에 발주가 늘어나는 만큼 이 기간에 목표를 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장 일감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수주잔량이 글로벌 조선사 가운데 1위일 정도로 많다 보니 인력구조조정에 애를 먹었을 정도다.
정 사장이 업계에서 손꼽히는 영업통인 만큼 조선업 경기가 풀리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알짜 일감확보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특히 LNG운반선 등 LNG부문의 수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LNG부문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수주잔고율이 1위”라며 “향후 미국에서 LNG수출이 늘어나면 LNG운반선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 발주 증가의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기업들은 미국산LNG를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대규모 LNG플랜트 건설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이 계획이 현실화 될 경우 LNG운반선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조선해양을 작지만 단단한 으로 탈바꿈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코드노버스아이, 망갈리아조선소와 프리스코, 대우조선해양계열 투자회사(PT DSME ENR CEPU) 등 부실계열사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계열사 12곳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5곳 계열사가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3곳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정 사장은 계열사들을 팔아 자구안 이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 계열사들을 제때 제값에 매각하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나 시장은 정 사장의 성과를 오래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조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기업인만큼 이른 시일내에 경영정상화 목표를 달성하고 매각까지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정 사장도 남다른 의지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 그는 올해 흑자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자진사퇴 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6조1881억 원, 영업이익 8880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1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